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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파격은 아직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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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11. 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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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혁명의춤'
93세 김우옥 연출의 실험정신
줄거리 없는 무대가 일깨우는 연극의 자유
혁명의 춤 공연사진1
연극 '혁명의 춤'의 한 장면. /대학로극장 쿼드
연극을 보면서 줄거리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물들이 어떤 관계인지 굳이 알아내려 하지 않아도 된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과 소리, 배우들의 움직임을 그저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연극 관람의 틀에서 벗어나게 된다. 김우옥(93) 연출의 '혁명의 춤'은 그런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 무대에 오른 '혁명의 춤'은 기승전결의 서사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뚜렷한 인물도 없다.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벌어질 법한 여덟 개의 상황이 독립적인 장면으로 펼쳐진다. 70분 동안 관객은 사건의 전개나 극적인 반전 대신 배우들의 반복되는 대사와 소리, 소품, 빛과 움직임을 마주한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이야기를 찾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작품의 매력이 살아난다. 반복되는 패턴이 장면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관객은 서사와는 다른 차원의 질서를 감각하게 된다.

무대의 미니멀한 구성도 인상적이다. 화려한 조명이나 거대한 무대 장치 대신 배우들이 사용하는 작은 플래시 불빛과 신체의 움직임, 반복되는 소리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빛이 닿는 곳과 어둠 속에 남겨진 공간, 배우들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무대의 언어가 된다. 무엇을 설명하거나 정해진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관객 각자의 감각과 상상력이 들어설 자리를 남긴다.

혁명의 춤 공연사진2
연극 '혁명의 춤'의 한 장면. /대학로극장 쿼드
'혁명의 춤'은 1976년 미국 뉴욕 소호에서 초연됐다. 1970~1980년대 뉴욕 실험연극의 중심인물이었던 마이클 커비(1931~1997)가 주창한 구조주의 연극의 대표작이다. 김우옥 연출은 뉴욕에서 연극을 공부하던 당시 초연에 배우로 참여했다. 1981년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했는데 줄거리 없는 낯선 형식에 당시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차가웠다. 올해 93세인 그가 50년 전의 실험을 오늘의 관객 앞에 다시 꺼내 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과거의 작품을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도 유효한 질문으로 무대에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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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혁명의 춤'의 한 장면. /대학로극장 쿼드
대학로극장 쿼드의 블랙박스 공간도 작품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관객은 사방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마주하며 무대와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의 호흡을 느낀다. 정면의 무대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공연이 만들어지는 현장에 함께 들어와 있는 듯하다.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나와 인사하는 커튼콜이 없는 점도 인상적이다. 작품은 그 자체로 끝나고 무대에서 벌어진 경험을 해석하는 일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혁명의 춤'은 서울문화재단이 마련한 '쿼드, 연극의 질문들 : 진화하는 텍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는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창작 영역까지 확장하는 시대에 연극이 무엇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 시도다. '혁명의 춤'은 배우의 몸과 빛, 소리, 공간만으로도 연극이 얼마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관객에게 익숙한 이야기와 감동을 전달하는 작품도 필요하지만 기존 문법을 깨뜨리고 감각을 흔드는 실험 역시 연극에 꼭 필요한 영역이다. 50년 전의 실험이 지금도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은 연극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도전과 실험이 한국 연극계에서 더욱 다양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하게 하는 무대다. 공연은 오는 8일까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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