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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지역사회로, 뷰티에서 돌봄으로…최에스더 교수의 30년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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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기자

승인 : 2026. 11. 0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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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외모 아닌 존엄의 회복…사람을 살리는 K-뷰티 만들고 싶다”
30년 미용교육·연구 넘어 AI·인문학·사회복지로 영역 확장
독거노인·장애인 등 찾아가는 ‘뷰티 돌봄’… “한 사람의 손 잡는 일에서 시작”
‘고독사’ 넘어 ‘고독생’에 주목…대학·지역사회 잇는 통합돌봄 모델 추진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최에스더 신한대학교 K-뷰티학과 교수는 그 답을 사람의 얼굴이나 화장품에서 찾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고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외롭고 소외된 사람이 다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데서 아름다움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30여 년간 미용과 K-뷰티를 가르쳐 온 그가 연구실을 넘어 지역사회 돌봄 현장으로 걸어 들어간 이유다.

최에스더 교수의 연구 영역은 헤어와 피부, 메이크업을 넘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피부 분석, 맞춤형 화장품, 디지털 트윈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첨단기술을 연구할수록 그의 관심은 오히려 ‘사람’에게 향했다. 기술의 혜택에서 고령자와 장애인, 디지털 취약계층이 밀려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포용적 뷰티테크’도 여기서 출발한다.

현장에서 만난 독거노인과 장애인, 다문화가정, 국가유공자들은 그의 연구 방향을 다시 바꿔놓았다. 머리를 자르고 손을 마사지하고 얼굴을 가꾸는 작은 돌봄이 사람의 표정과 마음을 바꾸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름다움은 외모를 꾸미는 기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고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사람을 살리는 K-뷰티’라고 부른다.

최 교수는 5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0여 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아름다움에 관한 지식을 사람의 존엄과 지역사회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신한대 KBSI연구소장과 인문도시사업단장, 한국미용학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사단법인 월드뷰티핸즈 회장과 엘드림노인대학 학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구와 교육, 봉사가 서로 다른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을 존중하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하나의 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

◇ “뷰티·인문학·복지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

‑ 30년 넘게 미용과 K-뷰티 분야에서 교육과 연구를 해왔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면.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미용과 K-뷰티를 가르치고 연구했다. 처음에는 미용기술과 미용교육 연구에 집중했다. 이후 뷰티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AI와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이 산업 전반에 들어오면서 연구 영역을 뷰티테크와 디지털 피부 분석, 맞춤형 화장품, AI 기반 뷰티서비스, 디지털 트윈 등으로 넓혔다.

그 과정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있었다. 현장에서 취약계층 어르신과 장애인, 다문화가정, 국가유공자 등을 만나면서 아름다움이 단순히 외모를 꾸미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사람의 자존감과 삶의 의지를 되찾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연구와 교육의 범위를 사회복지와 노인 돌봄, 지역사회 통합돌봄, 인문학까지 확대했다.

인문학은 한 사람의 삶과 경험을 존중하고 그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사회복지는 그 사람이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와 관계를 만든다. 뷰티는 그 과정에서 자존감과 존엄을 회복시키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제가 해온 일을 하나로 묶는다면 ‘아름다움에 관한 지식을 사람의 존엄과 지역사회의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 “AI가 발전할수록 소외되는 사람 없어야… 포용적 뷰티테크 필요”

‑ KBSI연구소에서는 AI와 디지털 트윈 등 첨단기술을 K-뷰티와 접목하고 있다. 어떤 연구에 주목하고 있나.

“K-뷰티는 이제 화장품이나 미용서비스만을 뜻하지 않는다. AI 기반 피부 진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제품 추천, 증강현실 메이크업, 유전자 정보와 생활습관을 활용한 개인 맞춤 관리,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뷰티 디바이스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과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도 중요한 분야다. 개인의 피부와 얼굴 상태를 디지털 환경에 구현하고 특정 제품이나 관리 방법을 적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를 예측하는 기술은 앞으로 뷰티산업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반드시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 디지털 취약계층이 새로운 기술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첨단기술이 일부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동이 어렵거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포용적 뷰티테크’다.

K-뷰티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들의 교육과 취업, 정착 문제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서 전문성을 쌓아 관련 산업에 진출하고, 나아가 한국과 세계를 잇는 K-뷰티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KBSI연구소 역시 논문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대학과 산업체, 지역사회가 미래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실천적 연구 플랫폼이 돼야 한다.”

◇ “인문도시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도시”

‑ 인문도시사업단장으로 지역사회와 대학을 연결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학이 가진 인문학적 자원과 연구 역량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인문도시사업의 중요한 목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걸으면서 음미하는 마을 이야기, 걸음마’다. 주민들이 의정부의 여러 마을을 직접 걸으면서 역사와 문화, 인물과 장소의 이야기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관광이나 걷기 행사가 아니다. 매일 무심코 지나던 장소의 역사와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되찾는 과정이다.

군인과 장애인, 이주민, 노년층 등 다양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인문강좌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지역주민이 문화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제가 생각하는 인문도시는 시설이 많은 도시가 아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며 사람을 존중하는 도시다.”

◇ “미용학도 AI·복지·심리 아우르는 융합학문으로 가야”

‑ 한국미용학회 수석부회장으로서 K-뷰티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미용학이 기술 중심의 실용학문이라는 제한된 인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학문체계와 연구방법을 갖춘 융합학문으로 발전해야 한다. 피부와 헤어, 메이크업, 네일, 화장품은 물론 AI, 보건, 심리, 복지, 문화, 경영 등과 연계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학술지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윤리와 연구방법론을 강화하고 논문 심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연구자가 신뢰할 수 있는 학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학회의 중요한 책임이다.

K-뷰티의 글로벌 성장에 맞춰 국제학술대회와 해외 공동연구 네트워크도 넓혀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 K-뷰티를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학회 활동에 참여하고 졸업 후 국내 산업에 취업하거나 자국에서 K-뷰티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도 필요하다.”

◇ “머리 한 번 손질하는 일이 아니다…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하는 것”

‑ 월드뷰티핸즈와 엘드림노인대학을 통해서는 뷰티와 교육을 실제 돌봄으로 연결하고 있다.

“월드뷰티핸즈는 미용인의 전문성과 재능을 사회적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 만든 봉사단체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등 미용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헤어커트와 피부관리, 메이크업, 네일케어, 손 마사지 등을 제공해 왔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머리를 손질하거나 외모를 꾸며드리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봉사자가 한 사람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드리면서 ‘나는 아직 존중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은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관계의 단절과 외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뷰티봉사는 어르신의 건강과 생활 상태를 확인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발견하는 접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월드뷰티핸즈를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의 존엄과 관계를 회복하는 단체’라고 설명한다.

엘드림노인대학도 같은 맥락에 있다. 단순히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배움과 관계, 건강과 돌봄을 함께 지원하는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학교를 지향한다. 앞으로는 어르신의 생애를 기록하는 자서전 사업, 대학생과 어르신이 함께하는 세대공감 프로그램, 건강·영양교육, 뷰티돌봄과 디지털 교육 등을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다.”

◇ “‘고독사’ 이전에 ‘고독생’이 있다… 살아 있는 시간을 돌봐야”

‑ 엘드림통합돌봄센터의 ‘고독생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고독사와는 어떻게 다른 개념인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1인가구의 고립과 고독사다. 그런데 고독사는 사망 이후에야 드러나는 결과다. 그 이전에 오랫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고독한 삶’이 있다. 그래서 고독사 예방만 이야기하기보다 고독하게 살아가는 시간을 줄이는 ‘고독생 프로젝트’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봤다.

엘드림통합돌봄센터는 해돋는마을과 지역기관, 주민센터, 종교계와 민간단체가 협력해 취약계층을 발견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민관협력형 돌봄체계를 지향한다.

◇ “기술은 사람을 위해, 학문은 사회를 위해… ‘사람을 살리는 K-뷰티’가 목표”

‑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아름다움과 배움, 문화와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누구나 자신의 모습과 삶을 존중받고 도움이 필요할 때 가까운 지역사회에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연구 성과도 논문과 연구실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여야 한다. 저는 K-뷰티가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름다움은 특정한 외모의 기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힘이어야 한다.

앞으로 AI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포용적 뷰티서비스 연구를 발전시키고 싶다. 특히 고령자와 여성 장애인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 모델을 연구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안에는 영양관리와 외모관리, 정서지원, 사회적 관계 형성을 결합한 K-뷰티 융합 돌봄모델을 구축하고 싶다.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 대학,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실증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AI와 첨단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학문은 사회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아름다움은 사람의 존엄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저 역시 교육자이자 연구자, 봉사자로서 제가 가진 경험과 전문성을 학생과 지역사회에 계속 나누고 싶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또 다른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역사회에서 시작한 작은 실천이 국내외로 확산돼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K-뷰티’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제 비전이다.”
안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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