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자동화 설비로 생산 효율 높이고 다품종 대응
2030년 매출 7조3000억원·해외 비중 6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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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문한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에선 생산라인을 따라 라면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봉지면 생산라인은 분당 600개 이상, 용기면 생산라인은 분당 500개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농심이 기존 공장보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설비를 구성한 결과다.
지난 10월 29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이 공장은 농심이 국내에 처음으로 마련한 수출 전용 생산시설이다. 우선 봉지면 2개와 용기면 1개 등 3개 라인을 운영하며 연간 최대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향후 해외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라인을 최대 8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건물 내부 공간도 확보했다.
녹산공장 건립의 배경에는 기존 생산시설의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전윤열 녹산공장장은 "기존에는 부산공장이 국내 판매 제품뿐 아니라 해외 수출 물량까지 상당 부분 담당해왔다"며 "녹산 수출전문공장이 가동되면서 부산공장의 생산 부담을 나누고, 해외 수요에 맞춰 공급 물량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장 가동으로 농심의 글로벌 공급 체계도 한층 확대됐다. 기존 부산·구미공장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은 약 7억개였지만, 녹산공장의 연간 5억개 생산능력이 더해지면서 국내 수출용 생산능력은 약 12억개로 확대됐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현지 공장 생산량, 국내 내수 물량을 합치면 농심이 밝힌 전체 라면 생산능력은 연간 최대 62억개에 달한다. 국내외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글로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갖춘 셈이다.
수출 대상 지역도 다양하다. 유럽과 일본, 호주 등 기존 주요 시장은 물론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도 녹산공장 생산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과 미국은 현지 생산시설을 활용하고, 그 외 지역은 국내 생산 거점에서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별 대응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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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공장의 차별점은 생산 규모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이 다양해지는 만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제품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국물라면뿐 아니라 볶음면과 용기면 등 제품 형태가 다양해지고, 국가별로 선호하는 맛도 달라지고 있어서다.
농심은 이를 위해 생산 공정 곳곳에 자동화 기술을 적용했다. 생산관리시스템(PMS)을 통해 작업 지시가 내려오면 설비의 운전 조건이 제품별 생산 조건에 맞춰 자동으로 설정된다. 설비에 부착된 센서로 수집한 진동·전류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예지보전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장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설비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생산 차질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공장 내부 물류에는 자율주행로봇(AMR)이 투입됐다. 별도의 바닥 유도선 없이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이동하고, 장애물을 피하면서 필요한 자재를 생산 현장에 공급한다. 포장 공정에는 마그네틱 이송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AI 딥러닝 기반 검사 시스템으로 제품 검수의 정확도도 높였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제품 전환에 필요한 시간이다. 기존에는 배합수를 만드는 데 약 115분이 걸렸지만 저장탱크를 병렬로 설치하고 공정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30분 수준으로 줄였다. 포장 설비 역시 원터치 방식으로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개선해 준비 시간을 기존 120분에서 30분으로 단축했다. 전 공장장은 이 같은 공정 개선으로 생산성이 약 17.6%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도입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나왔다. 전 공장장은 "과거에는 생산 현장에서 작업자의 숙련도가 중요한 요소였다면 이제는 설비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AI를 통해 인력을 줄이는 것보다 현장 전문성을 높이고 제품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설비도 공장 설계에 반영됐다. 지붕과 벽체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적용하고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생산 과정의 효율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까지 함께 관리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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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건설 과정에서 투자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커진 것도 생산라인 확장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투자 규모는 1918억원이었지만 이후 약 2043억원으로 125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약 6.5%다.
녹산 일대의 지반 특성과 향후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함께 고려하면서 건물 구조를 변경한 영향이 컸다. 당초 계획보다 층수를 높여 6층 규모로 건설했고, 향후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층별 공간을 배치했다. 현재는 3~4층에 면 생산라인, 5층에 스프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수요에 따라 추가 생산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여유 공간도 남겨뒀다.
농심은 단계적으로 생산시설을 확대해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다. 다만 투자비 회수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투자비 회수 기간을 약 15~20년으로 추산했다. 다만 K푸드 인기에 따른 해외 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녹산공장의 생산능력 확대가 실제 수출 증가로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농심은 녹산 수출전문공장 가동을 계기로 비국물면 시장 공략에도 힘을 싣는다. 신라면 브랜드를 국물라면에서 볶음면 등으로 확장해 해외 소비자층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내년에는 신라면 툼바와 신라면 로제에 이은 새로운 볶음면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라면 고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1분기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며 "독보적인 스마트팩토리 기술력과 글로벌 전략 제품을 앞세워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전사 매출 7조3000억원 시대를 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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