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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임을 앞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직원이 회사 내 '경력개발센터'에서 전문가에게 은퇴 후 인생 설계 상담을 받고 있다. /제공=삼성중공업 |
대기업의 퇴직·이직 예정자에 대한 ‘전직지원서비스’ 의무화에 대비해 임직원들의 퇴직 이후 삶을 설계해주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포스코, KT 등 일부 대기업들은 현재 임직원들을 위한 상시적인 전직지원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1년부터 퇴직자 및 퇴직예정자들을 위한 재취업 지원 제도를 시행해 왔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등 10개 계열사가 ‘경력개발센터(CDC)’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자신의 경력을 등록해 놓으면 재취업 및 창업을 위한 교육, 취업 알선 등을 지원하는 인사 관리 서비스다.
특히 삼성전자는 10명의 전담자가 재취업이나 창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CDC 센터를 사외에 독립적으로 두고, 임직원들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여왔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2011년 9월까지 2352명의 전직 및 창업 지원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지난 2011년 4월부터 경남 거제조선소 지원관에 퇴직 임직원을 위한 경력개발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 삼성중공업은 정년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정년 후 외부환경 적응과 노후생활 설계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맞춤 검색 서비스’를 통해 우수 경력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 해당 인재를 추천, 기업과 구직자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30여명의 직원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전직 포스코 직원 모임인 ‘포스코동우회’와 함께 퇴직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지원 방안은 포스코 계열사와 고객사, 공급사 등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퇴직자에게는 계속해서 일을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포스코동우회와 함께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채용 수요를 조사해 포스코 정년 퇴직자에게 구직 신청을 받아 재취업을 주선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동우회는 지난 2011년 7월 문을 연 ‘전문인력 지원 포털시스템’을 통해 재취업과 관련된 컨설팅 지원업무를 해 오고 있다.
KT의 경우 개인별 경력관리를 통해 인생 2막 설계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재직 중인 직원은 물론 퇴직자를 대상으로 2005년 10월부터 ‘KT 라이프 플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임직원들의 경력관리 및 재직시부터 퇴직후까지 체계적인 생애설계를 지원한다.
KT는 생애설계 지원을 위해 전 사원을 대상으로 ‘자기혁명 프로젝트 e러닝 과정’과 경력개발을 통한 평생직업 개발 프로그램인 ‘자기혁명 집합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또 생애설계워크숍, 창업전문교육, 재취업 전문교육(경력설계전략)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구인·구직 시스템을 통해 재취업 희망자에게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알선해 주고 있다.
이들 기업 외에도 현재 많은 기업들이 노사 협의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해마다 1000여명 이상이 정년퇴직을 하는 등 오는 2020년까지 모두 1만여명이 정년퇴직을 할 것으로 예상돼, 생산직 근로자를 위한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해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은 은퇴 후 삶에 대한 개념정리를 하는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은퇴 설계 수립을 위한 심층상담, 재취업과 창업, 귀농 등을 지원하기 위한 심층교육 과정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노사가 현재 협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전직지원서비스 의무적용이 대기업에 과도한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전직지원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프로그램 운영 경험도 없는 상황에서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재계 관계자는 “아직 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았고 상당수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직지원서비스 의무화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기업들의 재정 문제와 함께 부실한 서비스가 제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