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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7일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권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 방안에는 은행간의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계좌이동제가 포함됐다. |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을 발표한 은행권의 계좌이동제가 대규모 고객정보유출 파동으로 좌초 위기를 맞았다.
계좌이동제란 거래은행을 바꾸면 계좌에 딸려 있는 공과금·급여 이체가 자동으로 이전되는 제도로 금융위원회는 이 제도를 2016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융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좌를 쉽게 옮겨가며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은행들의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당초 계획이었다.
문제는 계좌이동제를 운영하기 위해선 은행과 은행 간 고객정보를 공유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정보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계좌이동제에 따른 고객정보는 아파트관리비 등 공과금과 카드값 등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된다.
최근 KB, 농협, 롯데 등 카드3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유출되면서 정부, 국회, 금융당국 등이 전방위적으로 고객정보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간 고객정보 공유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 어떻게 한다는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 제도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선 A은행에서 가지고 있는 고객의 정보를 B은행에 넘겨야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고객정보를 이런 식으로 공유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들 간의 고객정보 공유를 위해서 중개기관을 세우는 방안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은행 간의 업무를 조율하고 중간역할을 하는 기관은 전국은행연합회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도 고객 계좌정보를 중간에서 처리하는 데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가 중간에서 고객들의 정보를 중개해주는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정보를 연합회에서 받을 이유도 없고 받을 근거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객정보보호가 금융권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마당에 섣불리 계좌정보 중개기관으로 선정됐다가는 책임만 가중될 수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아직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어떻게 한다는 것은 결정된 게 없다"며 "앞으로 계획을 세워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부작용들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