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예전부터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었는데, 우연히 방수포로 뒤덮인 공사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마치 바다처럼 울렁이는 퍼런 대지의 모습은 작가에게 강하게 각인됐고, 그는 그것을 화폭에 옮기기 시작했다.
88만원 세대의 예술가로서 작업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또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생활을 반복한 작가는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낡은 아파트, 공장 일대, 재개발이 시작된 곳 등에서 작업을 했다. 즉 파괴와 건설의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작가는 동네가 무덤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봤다. 이후 그는 재개발을 통해 사라져간 건물들에 관한 애도와 기억을 작품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