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고립되는 서아프리카 ‘에볼라에 식량난까지’

고립되는 서아프리카 ‘에볼라에 식량난까지’

기사승인 2014. 10. 20. 14:1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지난 3월 말 서아프리카의 기니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이 7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대륙을 건너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속속 확진 환자 및 의심환자들이 나오고 있다.

에볼라 공포에 휩싸인 국제사회는 자국 내 대표 공항에서 입국검사를 실시하는 등 서아프리카가 점점 고립되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에볼라 발병국 국민들의 입국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장관도 ‘셀프 격리’, 취재 활동 전면 금지...“미 국방부가 만든 생물 무기” 음모론도

에볼라 창궐지역은 서아프리카 3개국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기니로 요약된다. 이 중 최대 사망자를 내고 있는 라이베리아에서는 지금까지 약 4300명이 감염됐고, 25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집계했다.

이에 따라 발병 의심시 스스로 격리하는 고위 장관들도 나타나고 있다. 라이베리아의 앤절린 카셀-부시 교통장관은 최근 자신의 운전기사가 에볼라로 숨지자 14일(현지시간) 격리를 자청했다.

카셀-부시 장관은 사망한 기사와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예방 차원에서 자신을 격리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 9월에도 라이베리아 보건부 차관이 자신의 보좌관이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하자 스스로 격리한 바 있다.

역시 에볼라 발병지의 하나인 시에라리온에서는 에볼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도로에 방치되기도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볼라로 숨진 것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의 시신이 수도 프리타운의 도로에 이틀 간이나 방치되자 주민들이 당국의 늑장대응에 분노하며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

언론사의 취재도 전면 금지됐다. 15일 AFP통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정부는 에볼라 환자를 격리 수용하는 수도 몬로비아 시설에서 취재 활동을 전면 금지시켰다. 기자들이 격리·치료시설에 들어가 환자와 가족들의 사진을 찍는 등 과열보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음모론도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신문 ‘데일리옵서버’는 지난 9월 “에볼라는 의료 재해가 아닌 ‘생물 무기’”라며 “미국 국방부가 지구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 이 무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 후 온라인 상에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로 특허를 받았으며 제약사들과 함께 개발한 백신을 배포해 큰 돈을 벌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 작황지역 40% 방치로 식료품 가격 70% 급등...고립시 악화

서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의 직접적 피해 뿐만 아니라 2차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동이 제한되면서 경작지가 방치되고 현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

유엔은 에볼라 확산을 막지 못하면 수개월 내 서아프리카에서 대규모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 15일 경고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 등 3개국 주민 130만명에 대한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WEP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첫 현지 조사 결과, 시에라리온에서 가장 많은 에볼라 감염이 발생한 카일라훈과 케네마 지역 주민들이 다른 지역들에 비해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 지역 주민의 80%가 보다 저렴한 식료품을 먹으며 식사량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도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의 경작지 가운데 40% 가까이가 방치되고 있으며 세네갈 등지에서는 에볼라로 상업활동이 중단되면서 이미 식량 부족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현지 시장의 거래 규모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 시에라리온, 대통령 직보 체제 마련 - 라이베리아 “세계 구석구석 모든 사람들이 에볼라와 싸워야”

이에 시에라리온은 대응조직을 전면개편하고 대통령 직보체제를 마련했다. 19일 영국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국민이 죽어가고 있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보건장관 지휘로 에볼라에 대처하던 ‘국가작전센터’를 국방장관이 이끄는 ‘국가에볼라대응센터’로 개편했다.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도 이날 “이제 대화하거나 이론을 제시할 시간은 끝났다”며 전 세계에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설리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BBC방송을 통한 공개편지에서 “전 세계는 더 이상 (서아프리카와 연결된) 다리를 들어 올린 채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다”며 “이번 싸움은 전 세계가 가지고 있는 긴급자금, 의료물품, 임상 전문가 등 각종 분야의 총동원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는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며 “서아프리카 보건과 경제 등 사회 전반에 피해를 입힌 에볼라는 이미 인접 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설리프 대통령은 스페인과 미국 등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에볼라 발병자가 나타남에 따라 “일관성과 명확한 방향성 없이 흔들렸던 전 세계가 마침내 깨어나고 있다”며 “국가는 물론 국제기구, 금융기관, 비영리단체를 비롯해 유명인사는 물론 세계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사람들 까지도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