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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사망, 병원 어떤 책임질까? (下) 민사책임

신해철 사망, 병원 어떤 책임질까? (下) 민사책임

기사승인 2014. 11. 0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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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해철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심낭에서 발견된 천공으로 인해 심낭염과 복막염 합병증이 발생했고, 이것이 패혈증으로 이어지면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1차 소견을 3일 발표했다.

국과수 입장은 ‘의인성 손상’, 즉 신씨의 장협착 수술 과정 혹은 해당 수술과 관련해 천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이번 신씨의 사망이 의료사고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불법행위 성립 위한 과실 및 인과관계

의료사고가 난 경우 법적으로는 진료계약상의 채무를 다하지 못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거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 모두 가능하다.

실무상으로는 손해배상액에 대한 법정이자가 사건발생 당일부터(불법행위의 경우) 가산되는지 사건발생 다음날부터(채무불이행) 가산되는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법원에서는 주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사고 역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고의·과실의 위법한 가해행위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형사책임에서와 달리 민사책임에서는 고의와 과실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신씨 사건의 경우 △심낭 아래쪽에서 발견된 0.3cm의 천공이 수술 도중 의료진의 과실로 생긴 것인지 △수술 후 복통을 호소하는 신씨에게 적절한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고 몰핀 등을 투여한 뒤 퇴원시킨 것이 병원 측 과실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신씨의 사망이 이러한 병원 측 과실로 인해서 야기됐다는, 다시 말해 수술 도중 문제의 천공이 생기지 않았다면 혹은 사후에라도 천공을 발견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신씨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손해액 산정의 기준인 평균소득 계산 필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타인의 불법행위에 의해 사망한 경우 사망한 본인과 유족들은 재산상 손해배상과 정신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권을 갖게 된다.

통상 사람의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불법행위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살면서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입(일실수입)이 재산상 손해액으로 산정된다. 신씨의 사망으로 말미암아 발생된 치료비, 장례비 등이 재산상 손해액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신씨의 경우 일반 직장인이 아닌 다소 불특정한 수입구조를 가진 연예인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의료사고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장차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계산하기에 따라 수십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댄스그룹 클론 출신 강원래씨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83억원을 청구했다. 자신의 월 평균 소득을 3600만원, 소득기한을 60세로 산정한 금액이다.

하지만 법원은 강씨가 35세가 될 때까지는 세무서에 신고된 월 2000만원을, 그 뒤 60세까지는 통계청이 산정한 문화예술인의 월평균 소득인 360만원과 치료비 등을 소득으로 인정해 모두 21억원을 지급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했고 양 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위자료의 경우 우선 사망한 신씨 본인에게 위자료 청구권이 발생한다. 신씨 몫으로 인정된 위자료는 향후 신씨의 상속인들이 법이 정한 상속비율에 따라 상속받게 된다.

그리고 신씨의 부인과 두 자녀 역시 각각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데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사망 사고의 경우 대략 8000만원의 범위 내에서 사망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들에게 4:2:1 정도의 비율로 위자료액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신씨의 유족 측이 주장하는 병원의 설명의무 위반, 즉 동의 없이 수술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별도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통상 이번 사건 같은 경우 병원 측의 전체 과실 중에 설명의무 위반을 포함시켜 위자료를 산정할 가능성이 높다.

◇재판 절차…조정으로 끝날 가능성도. 전문심리위원 역할 결정적

의료사고의 경우 당사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원에 소송을 내게 되면 조정절차는 중단되고 각하 처분이 내려진다.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도 병원 측과 유족 측이 제시하는 손해배상액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담당 재판부가 조정을 시도하는 게 보통이다.

한편 의료소송의 경우 전문심리위원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의사의 판단이 재판 결과에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신씨 사건 역시 천공의 발생 시기나 발생 이유 등을 놓고 보는 관점에 따라 첨예한 견해 대립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이다.

의료소송 전문 신현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일본의 경우 이번 사건처럼 의료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생길 수 있는 사건에서는 3~4명의 의사들을 모아 컨퍼런스 형태의 난상토론을 벌이게 하고 판사가 그 토의 과정을 지켜본 뒤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1명의 위원만 재판에 참여하다 보니 1심에 나온 의사와 2심에 나온 의사가 전혀 다른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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