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의 말입니다. 지난해 말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이 줄줄이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일정을 연초로 미룬 까닭입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금융당국에 신고된 상장 철회신고서 15개(기업인수목적회사 포함)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0개가 지난해 4분기에 공모일정 연기를 선언했습니다. 신고서에 따르면 모두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공모시장 제반 여건이 좋지 않아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다’는 설명들뿐입니다.
지난해 최대어로 꼽히던 호텔롯데가 검찰 수사 여파로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공모 흥행을 예고하던 두산밥캣마저 한 차례 상장을 철회한 뒤 공모가를 낮춰 일정을 재진행했죠. 가구전문업체 까사미아도 지난 여름에 상장계획을 접었습니다. 이밖에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려던 모 업체는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다시 기업설명회(IR)를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큰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들의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공모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또 연말엔 대내외 정국을 흔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투자심리 냉각에 보탬이 됐다는 부연입니다. 이밖에 한미약품발 늑장공시 사태로 IPO 채비를 하던 제약·바이오업체가 시장의 외면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모가 ‘거품 논란’도 문제점으로 거론됩니다. 객관적인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보다 몸값 높이기에 주력하면서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지적입니다. 높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제시해 수요예측 결과가 이에 상응하지 못할 경우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가 재추진하면 된다는 안일함과 꼼수도 반영됐다는 지적입니다.
공모시장에 온기가 돌 때 이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기초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대외변수는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거품 논란에서 벗어나야 공모시장의 펀더멘털도 탄탄해질 수 있습니다. 찬바람 맞으며 위축됐던 공모시장에 봄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