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353일만에 석방 | 0 |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353일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담담한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 |
|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기소)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62·구속기소)에게 수백억원의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래 353일 만에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도 이날 석방됐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을 16억2800만원에 대해 무죄로 봤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이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포괄적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는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며 “승계 작업을 인정할 수 없어서 박 전 대통령이 승계 작업을 인식했다거나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승계 작업을 매개로 영재센터나 재단을 지원했다는 ‘묵시적 부정한 청탁’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핵심 쟁점인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은 1심과 같이 뇌물로 인정됐다. 다만 삼성 측이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원과 최씨 측이 마필과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한 ‘사용 이익’만 뇌물로 인정했다.
또 2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은 뇌물로 송금한 돈”이라며 “뇌물공여자인 피고인이 용역대금에 대해 소비·축적하거나 지배·관리했다고 볼 수 없어 도피 개념에 맞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유무죄 판단 이후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의 본질과 의미에 관해 삼성이 경영권 승계의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측근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 사건이라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으로 판단했다”며 “이 법원은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이와 달리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은 특검이 규정한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고 보인다”며 “정치권력과 뒷거래,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전형적 정경유착 등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무원의 부패에 조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국민으로서 부담하는 법적 의무”라며 “제일선에서 노력하는 기업 임직원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다”고 질타했다.
한편 재판부는 뇌물공여 행위에 대한 일부 책임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돌렸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로 봐야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하고 최씨가 그릇된 모성애로 사익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1심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 전 실장과 장 차장은 각각 징역 4년을, 박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황 전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 등은 경영권 승계와 지배권 강화 등 그룹 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건네기로 약속하고, 이 중 298억여원을 실제 최씨 측에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