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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노란장판의 격세지감(隔世之感)

[취재뒷담화] 노란장판의 격세지감(隔世之感)

기사승인 2019. 02. 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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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1970~1990년대는 노란 장판의 전성기입니다. 부자이든 가난한 집이든 장판 색은 노란색이었다고 하더군요. 벽지는 크림색, 바닥은 노란색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집이 많았습니다. 나무로 내벽을 마감한 집들도 있었고요. 1990년대 초만해도 기름을 먹인 두꺼운 종이를 장판처럼 깔기도 한 아파트도 있었습니다. 노란 장판 정도면 포근한 바닥재였던겁니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에게 노란 장판은 단순한 바닥재가 아니라고 합니다. ‘노란 장판 감성’이란 단어가 있는데요. 한국 특유의 신파·억울함·자기연민·처절함·가난 등을 의미합니다. 소설·드라마·영화·웹툰 작품의 분위기를 낡고 오래된 집에 깔려있는 노란 장판에 빗댄겁니다.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의 집에 노란색 장판을 깔아두기도 하고요. 가난한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을 노란 장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노란 장판은 왜 가난과 구질구질함을 표현하게 됐을까요. 오래됐고 낡았기 때문입니다. 바닥재의 흥망성쇄를 간단히 표현하면 1970~1990년대 초반 ‘노란 장판 전성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목재무늬 바닥재 확산기’로 나뉩니다. 2000년대 중반 건축자재 포름알데히드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는 마루 시장이 커졌고요. 최근엔 필름바닥재(장판·데코타일)와 마루(원목·강마루·강화마루)가 전체 바닥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바닥재는 대리석·콘크리트 등 비목재 패턴이고요.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이들을 일컫습니다. 1990~200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밀레니얼 세대에겐 노란 장판은 낡고 낯선 것이었을지도 모르죠.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도 있을겁니다. 어둡고 낡은 오래된 집에 사는 주인공의 방엔 노란 장판이 깔려있으니까요.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듭니다. 지금도 노란색 장판이 깔린 집에 사는 이들에겐 상처가 되지 않을까 말이죠. 노란 장판은 죄가 없고 가난한 것도 죄가 아니니까요. 경제적 수준을 바닥재로 구분짓는 기묘한 풍경에 오늘도 고개를 갸웃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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