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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확대 文 주문에 교육계 ‘화들짝’…고민 깊은 교육부 (종합)

정시 확대 文 주문에 교육계 ‘화들짝’…고민 깊은 교육부 (종합)

기사승인 2019. 10. 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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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당·정·청에서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 확대 여부 논의"…수습 나서
유은혜 "정시가 공정하다는 국민 요구 반영한 것"
"입시 업체 수혜 불보듯" 지적도
부교육감 회의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YONHAP NO-3608>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 부교육감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연합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대학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에서 촉발된 대입 공정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그동안 정시 확대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에 방점을 찍고 관련 정책을 마련해 온 교육부와 입장이 달라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교학점제·수능 절대평가 도입 등 현 정부 공약과 배치

일단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는 등 정시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정시 확대는 고교학점제와 수능 절대평가 도입과 같은 현 정부의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대입 공정성 확보 방안이 정시 확대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정시 확대에 선을 그어 온 유 부총리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 전 장관 임명 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고교 서열화와 대입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를 다시 살펴보겠다”며 교육 분야의 개혁을 주문했다.

이에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출신의 학생 선발 비율이 높은 서울대 등 13개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후 다음달 구체적인 ‘대입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

또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13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고교 유형별 합격자 비율, 지역별 합격자 비율, 전형별 합격자 구성 등 19개 영역 32개 항목에 대한 자료도 확보했다. 이들 대학이 학종으로 학생들을 공정하게 뽑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는 학종 비율의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가 권고한 정시 비중 30% 이상 확대와 맥락은 같으며, ‘강조점’만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유 부총리도 “정시 확대의 원인은 학종의 불공정성으로부터 증폭됐기 때문에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며 “많은 국민이 정시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요구들을 어떻게 수렴하고 반영할 것인가를 (당·정·청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하며 청와대와 같은 기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시 비중 얼마나 올릴까...표정관리하는 입시업체들

정시 확대 시점과 비중에도 교육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입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2학년부터 정시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교육부가 또 정시 비율을 조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도 “문 대통령 발언은 정시 비중을 ‘30%까지’ 보다는 ‘30% 이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한다는 목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입시업체만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당 의원실과 교육부 내부에서는 이번 정시 확대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정시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고교학점제와 같은 현 정부 교육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정시가 공정하다는 여론조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당·정·청이 정시 확대 등 여러 방안을 논의했지만, 핵심 주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시 확대 여부를 비롯한 대입제도 개편은 고교 교육의 정상화, 사교육 경감 등 학생?학부모 부담 완화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임기 내 불가능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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