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대표직 전격 사퇴…“가소로운 자들이 개혁 막아”(종합)

비례대표 명단 부결되자 사퇴 선언
"대표직, 원한 자리 아냐…당 위한 마지막 봉사"
"밀실 공천 차단한 바람직한 공천 보여주고 싶었다"
"비례 명부, 바꾸면 가만 안 있을 것"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당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모(母) 정당인 미래통합당과 갈등을 빚은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한 대표는 이날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이 선거인단에 의해 부결된 직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를 선언했다.

한 대표는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 정치인생 16년의 마지막을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내 생각은 막혀버리고 말았다”며 “한 줌도 안되는 그 야당의 권력을 갖고 그 부패한 권력이, 내가 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개혁을 막아버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가소로운 자들’이 황 대표를 겨냥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 대표는 아니다”면서도 다른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한 대표는 자신이 대표직을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사실 제가 원했던 자리도 아니었다. 제 의원 생활 마지막을 어떻게 하면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며 미래를 준비하던 중 당으로부터 대표직을 맡아달란 요청을 닷새 정도 받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 생활 마지막에 (당 대표직을 맡는 것이) 당에 대한 봉사일 수 있겠다. 또 이번 총선에서 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려면 비례대표 당선 숫자가 중요하겠다는 그런 충정에서 대표직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비례대표 공천 갈등과 관련해 “우리가 지금까지 본 밀실 공천, 그런 모든 것을 차단하고 비례대표 공천은 이런 그림이 정말 바람직하다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통합당 불만, 압박 작용…참 잘한 공천인데 ‘어린 왕자의 꿈’”

한 대표는 지난 16일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공개했던 시점을 회상하며 “거기에 대해 통합당에서 불만을 표출했고, 우리에게 큰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우린 자매정당이고 나중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정당이지만 선거법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참 안타까운 것은 난 앞으로 국회의원 임기가 2달 여 남았고 떠날 사람이다. 떠나는 자가 무슨 욕심이 있고 무슨 훗날을 준비하겠는가”라며 “정말 좋은 공천을 하고싶었다. 나의 그 생각은 그냥 어린 왕자의 꿈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초기 발표한 후보 명단에 대해선 “어젯밤에도 명단을 보고 또 봤다. 참 잘한 공천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명부 수정을 통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난 유튜버 우원재 씨, ‘자질 논란’이 제기된 당선권의 김정현 변호사에 대해 “참 억울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사과했다.

특히 한 대표는 “안타까운 건 윤주경 관장이다. 저도 공관위원장도 그분은 맨 앞순위를 얘기해오던 분”이라며 “(공천 기준인) 젊음과 전문성과 전투력에 좀 부족하지 않는가, 그래서 후순위로 밀렸다고 제가 설명드렸다”고 했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 전 관장은 애초 21번에 배치됐다가 수정 명부에서 3번으로 올라왔다.

한 대표는 수정한 후보 명부에 대해 “적어도 20번 안에 들어가는 명단은 정말 바꾸면 안 된다”면서 “그것까지 바꾼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 분들은 자기 가족이 말리는 데도 자기 직장이 말리는 데도 나를 믿고 이 자리까지 온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할 말은 참으로 많지만 4월 15일 지나서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20대 총선처럼 당내 분란으로 우리가 다시 저 좌파 정부에게 과반수를 넘겨주면 안 되지 않나. 오로지 그런 충정으로 당의 승리를 위해 입을 다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