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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집밥 열풍에 힘입은 전통장류 관심…혼합간장 규제 강화해야

[칼럼] 집밥 열풍에 힘입은 전통장류 관심…혼합간장 규제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0. 06.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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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정 우리장아카데미 대표
고은정 우리장아카데미 대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직접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통 장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간장은 직접 요리에 쓰이기도 하지만 양념장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식약처가 시중에 판매되는 혼합간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난 5월 8일 식약처는 혼합간장에 사용된 산분해간장의 함량을 제품의 주표시면에 잘 보이게 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5월 21일에는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의 3-MCPD 기준을 현행 0.3㎎/㎏ 이하에서 0.02㎎/㎏ 이하로 점차 강화한다고 밝혔다. 한식간장 제조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내용이 받아들여진 결과여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혼합간장에 대한 규제는 현재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 양조간장 등 전통적인 발효간장과는 달리, 혼합간장은 소량의 양조간장에 다량의 산분해간장을 섞어 만든다. 산분해간장은 단백질을 염산으로 분해해 단시간 내 만드는 ‘유사간장’이다. 제조과정에서 3-MCPD라는 발암가능물질이 생성된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3-MCPD를 신장, 간, 생식기에 영향을 주는 인체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산분해간장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양조간장 1%에 산분해간장을 99% 섞어도 혼합간장이라는 식품유형으로 판매되고, 제품의 전면 라벨에는 단순하게 간장이라고만 표시되기 때문이다.

혼합간장에 들어가는 산분해간장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됐다. 일본이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염산으로 단백질을 분해해 빠른 시간 내 간장을 만들어 전쟁터에 공급하던 것이 그 시초다. 사실 발효가 아닌 염산분해로 만든 산분해간장은 간장이 아니라 간장맛소스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일본이나 중국, 대만에서는 이를 반영해 더 이상 산분해간장을 식탁에서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제의 잔재인 산분해간장이 혼합간장이라는 타이틀로 포장돼 버젓이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간장은 여전히 독립하지 못한 것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간장의 독립을 위해 산분해간장에 대해서도 다음의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첫째, 혼합간장의 산분해간장 비율 기준이 필요하다. 몇 %의 양조간장이 들어가야 ‘혼합간장’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전통 간장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양조간장이 90% 이상은 되어야 한다.

둘째, 궁극적으로 식품공전의 개정을 통해 산분해간장을 ‘간장’에서 제외해야 한다. 현재는 콩이 아닌 어떤 단백질이라도 염산으로 분해하면 간장으로 부를 수 있다. 발효를 기반으로 한 전통 간장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의 발효 역사는 5000년이 넘었다. 세계가 우리의 발효음식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장 담그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효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일제강점기의 유산인 산분해간장을 우리 스스로 간장이라고 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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