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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목포는 ‘참 멋진’ 항구다

[여행] 목포는 ‘참 멋진’ 항구다

기사승인 2020. 06. 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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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목포해상케이블카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면 유달산과 다도해를 공중에서 구경할 수 있다. 정면에 보이는 산이 유달산이다.


“유달산이 고향이지라. 외지에서도 생각만 하면 울컥해부러.”

전남 목포 중·장년들의 유달산(288m)에 대한 정서는 대체로 이렇다. 목포가 유달산이고 유달산이 목포다. 유달산은 높지 않다. 그러나 바위산이라 산세가 늘 당당하다. 믿음직한 이 산을 가슴에 품고 지난한 삶을 버틴 사람들이 목포에는 수두룩하다. 산 자락에 몸 붙이고 살 비비며 사는 이들은 지금도 많다. 세월에 빗겨 있을 것 같던 유달산이 요즘 달라졌다.
 

여행/ 목포
목포해양케이블카를 타고 본 목포대교. 다도해에 부려진 섬들과 거대한 인공의 조형물이 어우러진 풍광이 장쾌하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산이 변한 것이 아니라 구경하는 방법이 하나 더 생겼다. 작년 9월에 목포해상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했다. 북항에서 출발해 유달산 정상 일등바위 옆을 지나 바다 건너 고하도까지 오간다. 케이블카의 총 길이는 3.23km로 국내 최장이다. 왕복 운행시간이 40분이나 된다. 주탑의 높이 역시 155m로 국내 최고다. 케이블카는 유달산 정상부에서 한 번 선다. 등산로로 오를 때는 40여 분이 걸린다. 케이블카로는 훨씬 빨리 간다. 정상 구경을 마친 후 다시 케이블카에 탑승해 북항이든, 고하도든 향하면 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하산하면서 산을 구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달산에 뭐가 있을까. 일단 해안에 솟은 덕에 전망이 기가 막히다. 정상에 서면 다도해의 절경에 눈이 즐겁고 오래된 도시의 정서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노을이 질 무렵에는 분위기가 더욱 낭만적이다. 산 중턱에는 ‘목포의 눈물’로 잘 알려진 가수 이난영(1916∼1965)의 노래비도 있다. 우리나라 노래비의 시초다. 1982년 국내 최초의 야외조각 공원으로 개원한 유달산조각공원도 있다. 등산로 입구의 노적봉은 크기가 압도적이다. 충무공 이순신이 정유재란 때 노적(곡식 따위를 한데에 수북이 쌓은 물건)처럼 보이게 해 왜구를 속였다고 전한다. 이 외에도 일본식 불상의 흔적들이 산재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사찰이 있었다니 산수와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시 케이블카 이야기로 돌아와, 케이블카를 타고 등등한 기암과 암봉을 공중에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다를 건너는 짜릿함도 새삼스럽다.
 

여행/ 고하도 해안데크길
고하도 해안데크길. 멀리 보이는 것이 목포대교다.
여행/ 고하도 판옥선 전망대
고하도 판옥선 전망대. 고하도에서는 유달산이 잘 보인다.


케이블카가 닿는 고하도는? 육지에서 1km 남짓 떨어진, 길쭉한 섬인데 충무공과 인연이 깊다. 정유재란 때 명량대첩에서 승리한 그는 이 섬에 106일 동안 머물며 수군을 재정비했다. 최근에 들어선 전망대는 그래서 판옥선 모양을 본떠 세워졌다. 섬이지만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다. 목포 신항이 생기면서 목포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덕이다. 요즘은 자동차보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케이블카 운행이 시작된 후 3개월간 약 58만명이 이를 이용했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 올해에도 어느새 31만명이 찾았단다. 섬은 산책하며 게으름을 부리기 좋은 ‘힐링’ 장소가 됐다. 해안데크길이 놓이고 능선을 따라가는 ‘용오름 둘레길’도 정비됐다. 판옥선 전망대에서 용머리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해안데크길이 인기다. 유달산과 목포대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항구 도시의 풍경이 예쁘고 걷기도 편하다.

유달산과 고하도 사이 바닷길에는 요즘 ‘삼학도 크루즈’가 다닌다. 삼학도 옛 해경부두에서 출발해 목포해상케이블카타워, 목포대교, ‘춤추는바다분수’ 등을 지나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춤추는바다분수는 이름처럼 음악에 맞춰 거대한 물줄기가 춤을 추는 분수다. 물줄기가 최대 70m 높이까지 솟구치고 이를 스크린 삼아 레이저 공연도 펼쳐진다. 크루즈는 3층 규모다. 제법 크지만 그래도 배보다는 풍경이 볼만하다. 특히 지나치게 사치스럽지 않은 야경의 여운이 은근히 오래 간다.
 

여행/ 춤추는바다분수
춤추는바다분수. 물줄기는 최대 70m 높이까지 솟구친다

 

여행/ 항구포차
삼학도 옛 해경부두 자리에 들어선 ‘항구포차’


크루즈가 출발하는 삼학도 옛 해경부두 자리에는 ‘항구포차’가 생겼다. 15개의 포장마차가 각각 세발낙지, 홍어, 민어, 병어, 먹갈치, 꽃게 등 목포의 싱싱한 산물로 만든 음식을 낸다. 목포시는 목포를 상징하는 아홉 가지 산물을 식재료로 하는 음식을 ‘9미(味)’로 선정했다. 전 국민의 ‘구미(口味)’를 당기겠다는 포부도 들어있다. 냉동 보관 기술이 좋아져서 어떤 음식이든 계절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지만 여름에는 민어, 병어가 제철이다. 항구와 포장마차의 정서가 제법 잘 어울렸다. 평일 저녁인데도 ‘청춘’들이 제법 많았다.

여기서 잠깐, 삼학도 이야기. 삼학도 역시 유달산만큼이나 목포 사람들에게 특별한 곳이다. 대삼학도, 중삼학도, 소삼학도로 이뤄졌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같은 궁핍한 시절에 목포 사람들은 이곳에서 헤엄치고, 씨름하고, 사랑을 속삭이며 고단함을 달랬다. 육지에서 1km 남짓 떨어진 섬은 1960~70년대 들어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됐다가 2000년에 복원사업으로 다시 섬이 되는 곡절을 겪었다. 이때 경기도 파주에 묻혀 있던 가수 이난영의 유골도 옮겨진다. 대삼학도의 난영공원에 수목장됐다. 그는 유달산 자락의 양동에서 태어났다. 희망 없고 고단했던 1930~40년대에 ‘목포의 눈물’ ‘목포는 항구다’를 부르며 목포 사람들뿐만 아니라 민족을 위로했다. 난영공원은 양동 생가터, 유달산 중턱의 노래비와 함께 이난영을 추억하는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여행/ 서산동 시화골목
1970~80년대 풍경을 오롯이 간직한 서산동.
여행/ 서산동
도심에서 밀려난 뱃사람들이 모여 살던 서산동. 가장 ‘목포 다운’ 동네로 남았다.


다시 유달산 이야기로 돌아와, 유달산 자락 동네 풍경도 밝아졌다. 목포는 1897년에 개항했다. 이듬해부터 이주해온 일본인들이 도심을 빠르게 장악했다. 가난했던 원주민들은 유달산 자락으로 밀려났다. 남쪽 기슭의 서산동, 온금동에는 가난한 뱃사람들이 모였다. 좁은 골목을 두고 촘촘하게 자리 잡은 집들은 대문과 대문이 마주봤다. 동네에는 ‘조금새끼’가 많았다. 조금 물때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조금에는 물이 적게 들어 물고기가 잘 안 잡힌다. 뱃사람들은 조금에 배를 타지 않고 쉬었다. 부부관계도 맺었다. 이렇게 태어난 조금새끼들은 그래서 생일이 같거나 동갑내기가 많았다. 풍랑으로 한날한시에 남편을 잃은 탓에 제삿날이 같은 집도 많았다.

뱃사람들의 애환을 품은 서산동은 예쁜 벽화마을이 됐다. 좁은 골목은 시화골목으로 변했다. 담벼락에는 시(詩)와 꽃그림이 가득하다. 갤러리와 카페도 많이 생겼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보리마당’은 전망대로 인기다. 동네 사람들은 언덕배기 좁은 땅을 활용해 보리를 심었다. 집집마다 타작할 마당이 없었다. 너른 공터에서 함께 타작한 곳이 보리마당이다. 혹자는 서산동을 ‘가장 목포스러운 동네’로 소개했다. 1970~80년대 풍경이 오롯이 남은 덕에 영화에도 많이 나왔다. 1987년 6월 항쟁을 그린 영화 ‘1987’, 목포의 건달이 국회의원이 되는 ‘롱 리브 더 킹: 목포영웅’ 등이 이 동네에서 촬영됐다. ‘1987’에서 김태리의 집으로 등장한 ‘연희네 슈퍼’는 인증샷 명소가 됐다.
 

여행/ 목포 스카이워크
목포 스카이워크. 6월말 개장 예정이다.


이제 결론, 목포 사람들에게 유달산의 변신은 곧 목포의 변신이다. 시간이 흐르면 변화는 필연. 관건은 ‘어떻게’다. 목포는 ‘눈물의 도시’로 기억됐다. 질곡의 역사와 이난영의 애절한 노래가 오버랩되며 형성된 이미지다.

요즘 목포는 활기차다. 그냥 항구가 아닌 ‘참 멋진’ 항구가 됐다. 할말이 더 많아진 도시가 됐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4대 지역관광거점도시에 선정됐다. 호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관광을 견인하는 중심 도시로 도약했다. 싱싱한 산물을 앞세워 ‘맛의 도시’를 선포하고 외달도와 달리도 등 청정한 섬을 앞세워 국제슬로시티로도 인증받았다. 해안 명소와 먹거리를 연결해 ‘해변 맛길’도 조성되고 있다. 이 길에 곧 스카이워크도 문을 연다. 스카이워크는 바다 위로 54m를 뻗은, 높이 15m의 다리다. 바닥이 강화유리로 돼 있다. 이러니 한두번 여행으로 끝낼 목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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