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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한미군 감축 발언 신중해야 한다

[사설] 주한미군 감축 발언 신중해야 한다

기사승인 2020. 07. 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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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민주평통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이 북한의 핵 보유가 미국 때문이라고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이 북한을 불러냈다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그 배신감 때문에 북한이 자기 수단 강화를 위해 핵 보유국이 됐다고 했다. 핵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하며 해결이 되지 않도록 해 한국에 무기를 팔아먹는 게 목적이라는 말까지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주한미군과 관련해 “우리가 미국을 섭섭하게 하고, 방위비를 올려주지 않아도 주한미군은 절대 철수 못 한다”고 했다. 이어 한·미워킹그룹은 판을 깨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8일 외교안보포럼 연설에서 정 수석부의장의 발언이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고 직격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전직 통일부 장관이다.

미국 비판 인사에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있다. 문 특보는 지난 최근 국회 한반도포럼에서 “미국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나라인지에 대한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그는 백악관을 “봉숭아학당” 같다고 혹평했다. “주한미군 5000명을 줄여도 상관없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이 승리하면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서슴없이 했다.

정 수석부의장이나 문 특보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미국을 비판하고, 반미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것은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혹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발언으로 한·미 관계를 나쁘게 재단할 필요는 없다.

남북은 소통이 단절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경색국면이 언제 풀릴지 기약도 없다. 대북 접근법도 한·미가 서로 다르다. 북한은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을 상대하려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탄탄한 한·미 관계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면서 미국을 멀리하는 말이 지도층에서 나오는 게 과연 옳은지, 또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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