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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북한에 대화 요청한 적 없어” 일단 상황관리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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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북한에 대화 요청한 적 없어” 일단 상황관리 주력

기사승인 2020. 07. 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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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훈 새 국가안보실장 회동 가능성
회동 마친 이도훈 본부장과 스티븐 비건<YONHAP NO-4876>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 대화와 관련해 ‘파격적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방한 이틀째인 8일 비건 부장관이 내놓은 대북 메시지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에게 준비돼 있으며, 협의 권한을 가진 카운터 파트를 지명하면 언제든 대화에 나설 것”이란 ‘조건부 대화’ 방침을 내걸었다. 미국이 먼저 북한을 향해 진전된 ‘대북 제재 완화’ 선물을 꺼내긴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북핵 협상의 한국 측 파트너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한반도 비핵화, 한국 사람들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남북 협력에서 북한과의 목표를 진전하려는 한국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이번 방문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들과 동맹국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며 방한 기간 중 미·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방한 일정에 맞춰 북한 최선희 외무상 1부상 등이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 “북한이 이번 방한에서 우리와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성명을 낸 것을 봤다”며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북한에 방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건 부장관은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비건 부장관을 ‘유화적’이라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듯 “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지시를 받지 않으며,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 지난 2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회의 결과를 토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건 부장관은 앞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과 가진 전략대화에서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글로벌 파트너십은 미·일 양국이 지난 2015년 4월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지역동맹’이었던 미국, 일본의 동맹 역할과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며 사용한 표현인 만큼, 미·중 갈등 속에서의 한국 정부의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경우 중국과 긴밀한 경제협력을 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한국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비건 부장관이 이렇다 할 ‘대북 정책 카드’를 제시하지 않은 채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만 고수한 만큼,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시 7일(현지시간) 미국 ‘그레이TV’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지만 뚜렷한 대북 유화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김일성 주석의 26주기를 맞은 이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며 일정을 소화했지만 남·북·미 관계와 관련된 별도 메시지를 내진 않았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김 주석에 대한 주민들의 향수를 자극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것이란 평가가 제기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일성 동지 서거 26돌이 되는 민족 최대의 추모의 날”이라며 “김정은 동지께서 민족 최대의 추모의 날에 즈음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전했다.

남상욱 고려대 교수(통일외교학과)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오늘 비건 방한 일정이 예상대로 성과 없이 끝났다. 한국이 한미워킹그룹으로 (미국의 입장에 배치되는 입장을 보이며) 시비를 건 만큼, 이를 무마하기 위해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는 원칙론을 얘기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 입장 표명도 북한을 관리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외교가를 중심으로 미국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이 북한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통해 ‘상황 관리’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전날(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건 부장관의 방한일에 이뤄진 만큼 한·미 연합 훈련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한국을 찾은 비건 부장관은 9일 서훈 새 국가안보실장을 만나는 등의 한국 일정을 마친 뒤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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