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는 엄두도 못내...태풍 '장미'북상 걱정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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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내린 폭우로 섬진강 물길따라 늘어선 지자체 주민들이 물난리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구례군 구례읍과 문척·간전·토지·마산면 17개 리가 물에 잠기며 일대 주민 1000여명이 12개 대피소로 피신했다. 구례군 1만 3000가구 중 1182가구가 물에 잠겼다.
특히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며 구례읍내의 피해가 심각해 구례읍 5000가구 중 946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서시천 제방붕괴로 읍내 시가지가 물이 차오르자 쓰나미가 지나간 듯 자동차와 가재도구, 상가등의 판매 물품이 둥둥 떠다니며 시가지 건물들이 섬으로 변했다. 도로가에 위치한 주유소도 물에 잠겨 간신히 지붕만 보인채 검은 기름을 쏟아냈다.
섬으로 변한 요양병원, 주택 등에서 총 529명이 한 때 고립됐다가 이 중 399명이 구조됐고, 요양병원 1층이 잠기며 고립됐던 환자 등 130명은 현재 물이 빠져나가며 고립에서 해소됐다.
9일 오전 물이 빠지면서 수마가 할퀸자리는 흙탕물과 진흙이 뒤섞여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잔해가 산더미 처럼 쌓였다. 흙으로 뒤덮인 가재도구와 집안청소를 해야하나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구례취수장과 섬진강 취수장이 침수돼 현재 산동면을 제외한 구례군 일대에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 군은 복구에는 7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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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상황도 쉽지 않다. 공영버스터미널이 한때 물에 잠겨 시내·시외버스 운영이 중단됐다. 현재는 일부 구간 운영 중이지만 전기·통신 등이 끊어져 현금 결제만 가능한 상태다. 구례역 열차 운행도 일시 중단돼 자가용을 이용해 수해지역을 빠져 나가야 하나 도심지역 차량이 거의 침수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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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주택에서 대피하던 8세 어린아이의 삶도 집중호우는 앗아 가고 말았다. 8일 집중 호우로 침수된 주택에서 빠져나와 대피하던 중 실종된 8살 남자 어린이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날 오후 1시43분쯤 담양군 봉산면 침수·파손된 주택과 50여m 떨어진 흙더미에서 A군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담양군은 오전 평림댐 송수관로 파손으로 인해 군 일부지역에 단수 조치기 내려졌다. 군은 오전 8시4분 발송한 긴급 재난 문자를 통해 “물을 아껴서 사용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전남에 물 폭탄을 쏟았던 폭우는 비구름대가 북상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복구시작도 하지 못한채 섬진강과 영산강 주변 침수 지역의 수위가 내려가지 않고 있는 상황에 한반도에 근접하는 태풍 ‘장미’까지 광주·전남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피해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