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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비뽑기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시대

[사설] 제비뽑기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시대

기사승인 2020. 10. 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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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로 전셋집을 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4일 부동산 업소에 따르면 서울 가양동에 22평 아파트가 전세로 나왔는데 무려 10명이 집을 보러 왔다. 순서를 정해 집 구경을 하고,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정해야 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집을 20년 넘게 소개했어도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전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를 의식한 듯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로 전셋집을 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전세난을 인정한 것이다. 홍 부총리 자신도 전세 계약이 내년 1월 만료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어 2년을 더 살 수 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밝혀 집을 비워야 한다.

정부는 지난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 세입자가 현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살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자 세입자가 아예 2년을 더 눌러 살거나, 새로운 세입자가 와도 의도적으로 집을 비워주지 않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집주인에게 2000만원, 3000만원을 요구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역기능이다.

전세 대란은 예고된 것이다. 전세 상한이 5%로 제한되자 4년 치를 미리 올리기 위해 매물을 숨기거나 실(實)거주 이유로 집을 비우도록 요구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청약 수요 등도 전세난을 부추긴다. 이러다 보니 서울은 전셋값이 67주째 올랐다. 제비 뽑은 아파트의 경우 50㎡형 전세가 1월 2억9000만원에서 이달 초 3억3000만원으로 오를 정도로 전세난이 심각하다.

국정감사에서 홍 부총리는 “전세 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계속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무슨 대책인지 몰라도 걱정이 앞선다. 가볍게 말하고 내놓는 즉흥적 대책이 아니길 바란다. 추가적 규제보다는 물량 공급 확대, 부동산세제 완화, 거래 활성화, 집주인 권리침해 방지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전세대란을 풀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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