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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 ETF 시장 경쟁 활활… ‘최저 보수’ 내건 KB, 반격 성공할까

자산운용업계 ETF 시장 경쟁 활활… ‘최저 보수’ 내건 KB, 반격 성공할까

기사승인 2021. 02.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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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보수 인하·테마형 3종 새로 선봬
이달들어서만 순자산 4500억 불어
일각선 "이미 보수 수준 매우 낮아
대형사 신뢰도 높아 뒤집기 힘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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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만년 3위 KB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시장 영토 확장에 나섰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업계 최저 보수’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구도(80% 점유)가 굳어진 ETF시장 판을 흔들겠다고 선언했다. 운용보수를 0.01% 수준으로 낮춰 당장의 수익성은 떨어져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ETF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직접투자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쪼그라든데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신뢰도도 추락한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속성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TF는 주식처럼 시장에서 바로 거래할 수 있고, 적은 자금으로도 여러 분야에 분산해 투자할 수 있어 직·간접 투자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KB의 공격적 전략에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 ETF 업계의 평균 보수는 0.30% 수준으로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인데다, 경쟁사들이 과거 비슷한 전략을 내걸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다. 보수 인하만으로는 과점 체제가 굳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특히 지수형 상품 같은 패시브 펀드는 큰 규모로 운용하는 삼성·미래에셋 자산운용사들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사일수록 창의적인 ETF를 구상해 시장을 공략해야한다고 조언한다. KB자산운용 또한 업계 최초로 글로벌 수소경제 ETF를 출시하는 등 상품 라인업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ETF상품 순자산 총액은 56조원을 넘겼다. 전년말에 비해서 4조원 가량이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직접 투자가 활성화돼 간접 투자상품인 펀드에 대한 관심 자체가 떨어진데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신뢰도도 추락한 상황에서, ETF는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ETF는 투자자가 시장에서 직접 거래를 할 수 있어 최근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수요가 더 늘고 있다. 또, 적은 돈으로도 여러 기업에 한번에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고, 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수익 복리 효과가 날 수 있는 레버리지 등 다양한 투자 방식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이 전체 순자산의 50%,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7% 가량을 차지하는 과점 구도다. ETF가 자산운용업계의 주요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3위사인 KB자산운용이 시장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달 초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총보수 인하’와 ‘테마형 ETF’ 출시를 통해 시장 판을 흔들겠다고 공언했다. 단기적으로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한 달여 만에 KB자산운용 ETF 순자산은 4500억원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보수를 인하한 대표지수형 상품에서 1500억원이 증가했고, 새로 선보인 테마형 ETF ESG사회책임투자, 수소경제, 5G테크 ETF에서는 1600억원이 증가했다.

다만 단순한 보수 인하 경쟁으로는 지속 가능한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에선 이미 ETF 보수 수준이 매우 낮은 편인데다, 투자 활동이 적은 패시브 상품일수록 대형사를 더욱 신뢰하는 시장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한국 최초로 ETF를 내놓은 삼성자산운용은 전체의 50%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 ‘톱’을 공고히 하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가 풍부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시장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자산 운용 규모가 큰 상위사가 안정적으로 지수를 추종할 역량이 크다는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과점 형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중소형사들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액티브 상품을 만들어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TF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 연구원은 “최근 개인들 투자 수단으로 펀드가 외면을 받고 있는데, ETF의 경우 다른 공모펀드에 비해서는 그나마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며 “운용사 자체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이 시장에 좀더 집중을 할 필요가 있고, 이로 인해 중소형사들도 여러 상품을 내놓는다면 앞으로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수 인하 외에도 업계 최초로 글로벌 수소 사업 관련 ETF를 출시했고, 이런 대표적 테마형 상품들에도 자산 유입이 늘면서 운용 수익률도 좋은 상황”이라며 “최근 시장 트렌드를 고려해 테마형 상품 라인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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