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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애플·아마존 반도체 직접 설계시대 활짝…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 카드는 물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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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승인 : 2021. 03. 15. 18:07

TSMC 찾아가는 우량 고객들
삼성전자 아직 내부 시스템 LSI 비중 높아
고객의 경쟁자 입장 벗어나려면 파운드리 분사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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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시스템온칩(SoC) ‘M1’. 애플은 M1을 시작으로 M1 플러스 등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제공=애플
“삼성전자도 잘 만들지만 뭔가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는거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니까요.”

TSMC와 삼성전자의 상황을 비교할 때 꼭 나오는 설명입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만 하는 TSMC와 고객과 주요 제품이 대부분 겹치는 삼성전자를 대하는 우량 고객사들의 온도가 다르다는 겁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자체 시스템 반도체 설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애플은 독일 뮌헨 연구센터에 1조3500억원(약 10억유로)을 투자해 반도체 연구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곳에서 무선통신용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을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애플은 지난해 인텔과 15년 동맹을 정리하고 자체 설계한 반도체 ‘M1’을 탑재한 PC를 출시했습니다. 향후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에어팟에 들어갈 반도체도 직접 설계할 계획입니다. 자체 설계 칩을 통해 기기간 호환성을 더욱 끌어올려 ‘애플 생태계’를 공고하게 다지겠다는 의미입니다.

애플이 선택한 생산 파트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입니다. TSMC가 3나노 공정에서 애플이 설계한 M 시리즈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 외에 페이스북, 아마존도 자체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설계는 내가-생산은 네가’를 추구하는 기업이 늘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예상한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6% 커진 97조6000억원(869억 달러)에 이릅니다. TSMC는 올해 1~2월에만 9조원대(2332억8300만 대만달러)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나 급증한 수치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하는 TSMC의 3월 영업이익은 약 4조8800억~5조2100억원대(1210억~1290억 대만 달러)입니다. 1분기에만 최소 14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셈입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9조원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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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로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성장해온 TSMC를 따라잡으려면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 고객에게 믿음을 줘야한다는 시각이죠. 고객사들의 우려를 고려해 별도로 파운드리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는 모두 한가족일 뿐입니다.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한다해도 고객사 입장에서는 불편을 감수하고 삼성전자에 맡기느니 TSMC를 찾아간다는 겁니다. 투자 배분 문제도 있습니다. TSMC는 1년에 파운드리에만 30조원 이상 투자하지만, 삼성전자는 여러 사업부에 투자를 배분하는 등 한계도 있습니다.

물론 당분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결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겁니다.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쇼티지)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파운드리 시장이 호황이기도 하고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도 가동 중단 상태인 미국 오스틴 공장을 제외하면 풀(FULL) 가동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처럼 큰 사안을 보고받고 검토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공석 상태고요. 하지만 삼성전자가 다른 경쟁자들이 포기한 TSMC 추격을 장기적으로 이어가려면 결단의 타이밍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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