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북미 점유율 50% '절대 강자'
글로벌 1위 삼성전자 뒤 바짝 쫓아
샤오미·비보 등 中업체 급속 성장
삼성 중국 점유율 작년 0.9%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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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부문 이끄는 소통의 리더
18일 업계에 따르면 고동진 사장은 삼성전자 내에서도 적극적인 소통의 리더로 꼽힌다.
고 사장은 1961년생으로 올해 환갑을 맞았다.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2001년 상무로 승진했다. 부사장 시절 개발 1실장을 거쳤으며 삼성녹스와 삼성페이 론칭에 일조했다. 두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2015년 12월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얼굴이 됐다. 무선사업부장 겸업 시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에서 처음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2016년부터 매년 하반기 과제가 마무리되면 수원 모바일연구소(R5) 모바일홀에서 임직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연초에 세운 로드맵을 함께 보면서 우리가 올해 이러한 제품을 출시했고,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했다고 격려하는 시간이었다”며 “가감 없는 질의응답이 오갔다”고 전했다.
첫 번째 타운홀 미팅부터 고 사장의 적극적인 성격이 나타난 일화도 있다. 한 직원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다가오면서 바쁘실 텐데 건강 관리를 잘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고 사장이 재킷을 벗고 팔굽혀펴기를 50개나 한 것이다. 모든 직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고 사장을 응원했다고 한다. 고 사장은 타운홀 미팅 외에도 신입사원과의 대화, 삼성멤버스 갤럭시 팬들과의 만남, 비공식 사장과의 15분 대화에서 젊은 직원들과 만나왔다. 갤럭시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평소 불편한 점을 꼼꼼히 듣고 메모했다고 전해진다.
삼성전자 전 부문에 회자되는 고 사장의 ‘댓글 사건’도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모이는 내부 커뮤니티에 한 직원이 ‘여름 휴가 때 스마트폰을 바다에 빠뜨려 여행 때 찍은 사진이 모두 지워지게 생겼다’고 글을 쓰자 고 사장이 댓글을 단 것이다. 고 사장은 ‘해결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SW 담당 임원을 호출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글쓴이가 정말 스마트폰 사진을 되살릴 수 있을지, 고 사장이 끝까지 이 댓글을 이행할지 궁금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이 직원은 ‘사장님 덕분에 가족들과 추억을 지킬 수 있었다’는 댓글을 남겼다.
고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을 겸할 때 갤럭시 시리즈는 빅스비, 굿락, 갤럭시랩스 등 삼성전자만의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대거 탑재됐다. 2015년 갤럭시노트에 처음 탑재된 삼성페이 역시 고 사장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인종 당시 삼성전자 부사장은 구글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갤럭시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바꾸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를 삼성페이의 편리함으로 꼽을 정도다. 고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을 겸하면서 나왔던 스마트폰 대부분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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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IM부문 최대 위기는 2016년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다. 갤럭시노트7은 고 사장이 2015년 12월 승진 후 처음 내놓은 제품이기도 했다. 2016년 2월 공개된 ‘갤럭시S7’ 개발 과정에도 참여했지만, 당시까지는 신종균 삼성전자 고문이 대표이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터졌다. 갤럭시노트7 출시 후 10여일 만에 세계 곳곳에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폭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초반에 일부 제품에서만 폭발이 발생한다고 대처하다가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중국산 배터리 제품이 폭발했다는 발표 후에는 중국 소비자들까지 등을 돌렸다. 2013~2014년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를 웃돌았지만 2020년 0.9%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 로컬 브랜드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리얼미 등이 급성장한 탓도 있지만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돌아선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미중무역분쟁으로 연일 양국이 각을 세우는 와중에 애플의 아이폰이 지난해 중국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을 보면 갤럭시 브랜드의 현지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 사장은 취임 10개월여 만에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에 사과했다. 전 제품 회수와 보상 등 그해 삼성전자가 입은 손실은 7조원에 육박한다. 반도체, TV와 함께 삼성전자의 3대 세계 1위 제품인 스마트폰 브랜드에 흠집이 났다는 점은 뼈아팠다. 2017년 연말 인사에서 고 사장의 거취는 재계의 관심사였다. 취임 후 내놓은 첫 스마트폰이 폭발한 CEO가 자리를 지킬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 반응은 달랐다고 한다. 고 사장 외에는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무선사업부를 추스를 수 있는 리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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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을 받게 돼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지난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회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지속 하락하는데 대응 방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고동진 사장의 첫 대답이다.
고 사장은 “시장점유율은 몇개의 요인이 있는데 격차 있는 기술 리더십과 브랜드 선망성이 중요하다. 브랜드 선망성이 경쟁사보다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고 사장이 언급한 경쟁사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경쟁자이자 고객사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아이폰12’가 대흥행을 거두면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과제는 ‘애플에 빠진 10~20대 마음 돌리기’다. 지난해 4분기 북미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50%를 웃돌았다. 삼성전자는 2위에 자리했다. 국내에서도 10~20대는 이미 아이폰 사용률이 상당하다. 2~3년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딸마저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됐을 정도다.
삼성전자가 갤럭시A 시리즈 확대, 갤럭시S 시리즈 가격 인하, 갤럭시Z 플립과 캐릭터 협업 등을 추진하는 이유도 애플과 경쟁을 위해서다. 다만 과거의 삼성전자가 애플만의 디자인, 사용자 환경을 표현하는 ‘감성’을 따라하려고 노력했다면 요즘의 대응은 보다 합리적인 인상을 준다. 갤럭시S 시리즈의 가격 인하, 갤럭시만의 폼팩터인 ‘갤럭시Z 플립’과 ‘Z폴더’를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육성하는 모습 등에서다. 갤럭시 버즈, 갤럭시북, 태블릿PC,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간 연동을 강화하는 점도 그렇다. 고 사장은 주총에서 “삼성전자의 수많은 제품을 가정에서 사용하는 고객들이 스마트폰과 연동해 쓸 때 참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 사장이 추구해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와 조화가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이어질지 의문을 표한다. 고 사장이 2019년 12월 발표한 인사에서 IM부문장과 겸하던 무선사업부장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대신 1968년생 노태문 사장이 신임 무선사업부장이 됐다. 노 사장은 무선사업부 내에서도 하드웨어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다. 주특기는 부품사와 가격 협상으로 ‘원가절감의 귀재’로 알려져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맡아온 고 사장과는 전혀 결이 다른 인물이 무선사업부장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에 힘을 더 싣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재정비를 위한 시간을 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삼성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를 참 잘 하는 회사이고, 최근의 전략을 보면 갤럭시Z 시리즈를 키워 차별화를 꾀하려고 하는데 Z 시리즈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려면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더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