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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기·수소차 인프라 직접 깐다… ‘E-pit’·‘HTWO’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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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1. 03. 26. 06:00

정의선의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
초고속충전소 'E-pit' 구축하고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개발 박차
광저우에 'HTWO' 거점 마련해
미래차 개화조건 동시다발 해결
토요타와 동반자로서 협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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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만 잘 만들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며 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한 확고한 경영철학을 강조해 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추진력은 이제 수소와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이르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가져올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를 ‘E-pit’을 통해, 수소 생태계 확대는 ‘HTWO’를 통해, 밑그림을 빠르게 그려가고 있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전 계열사가 일제히 외친 경영 키워드는 ‘미래차’와 ‘ESG 경영’이다. 두 조건을 모두 충전시키면서 전사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사업은 전기차·수소 생태계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전문가들은 오랜기간 다퉈웠던 미래차 개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차가 먼저냐, 충전소가 먼저냐’ 이슈를 현대차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로선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차를 시장에 내놨지만, 충전소가 아직 준비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차량 보급속도 대비 충전소 설치가 상대적으로 더뎌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진단 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초고속 전기차 충전 브랜드 ‘E-pit’을 출범하며 연내 800V용 충전소 20곳을 설립해 총 120기의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브랜드까지 론칭하며 그룹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달려든 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아이오닉5 돌풍 영향이 크다. 연내 2만6500대를 팔겠다고 목표치를 내놨지만 사전계약 불과 일주일 만에 3만5000대를 넘어섰다. E-GMP 플랫폼의 특장점으로 내세웠던 18분 내 80% 충전, 5분 충전에 100㎞ 주행의 매력은 오직 800V짜리 초고속 충전기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이달 말 사전계약이 예상되는 기아의 EV6와 연내 출시키로 한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까지 가세하면 120기의 충전소 규모로도 턱 없이 부족하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주행거리보다는 충전시간이 앞으로 전기차의 경쟁력이 되는 상황”이라며 “4만대 넘게 계약된 아이오닉5의 인도가 1만대를 넘어서는 시점이 되면 소비자들의 충전 인프라 부족에 대한 갈증이 시작되고 컴플레인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속한 설치와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으면 고객들의 계약 해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테슬라로 인해 빠르게 개화 중인 전기차에 비해 현대차가 끌고 가야 하는 수소차 생태계는 진입장벽이 더 높다. 수소를 전기로 바꿔주는 ‘연료전지시스템’을 시장에 공급해줘야만 수소라는 청정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값비싼 청정 수소에너지의 가격을 낮춰 시장을 열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수다.

이 과제를 풀고 있는 건 현대차가 지난해 말 내세운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다. 수소 승용차와 상용차에 그치지 않고 수소연료선박과 수소 트램, UAM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수소를 연료로 쓸 수 있게 연료전지시스템 개발과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TWO는 연료전지시스템을 차에 넣어서만 팔 게 아니라 별도로 시스템을 판매하면서 수소 생태계 자체를 키워 나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 해외 첫 거점을 세우는 중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수소차를 5만대 이상, 2030년까지 100만~200만대 이상 누적 운용한다는 전략으로, 시장규모가 173조5000억원(약 1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토요타 역시 최근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모듈 판매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양 사가 경쟁자이면서도 시장을 개척한다는 측면에선 동반자 개념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호근 교수는 “양사간 경쟁적 구도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 관련 부품이나 충전기술, 생산설비, 수송·보관에 이르기까지 한 회사가 개발해서 이끌어 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만 수소 생태계나 수소전기차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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