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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車 공장 세운 ‘반도체 대란’…핵심 부품 ‘MCU’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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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승인 : 2021. 03. 25. 19:00

210223 현대차, 아이오닉 5 세계 최초 공개(1)
현대차 아이오닉5./제공 = 현대자동차
“반도체가 없어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한국지엠에 이어 현대차와 기아마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자 국내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가 우려를 나타내며 한 말입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현재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용 반도체 재고는 적게는 3개월분, 많아야 6개월 물량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와이어링 하니스 부족 사태로 홍역을 앓은 이후 부품 재고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차량용 반도체 확보에 공을 들인 덕에 올해 초만 해도 반도체 대란의 영향권 밖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로 최근 쏘나타 등 일부 주력 모델의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현대차와 기아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수요 예측 실패로 촉발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이달 들어 급격히 심화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지난 19일 발생한 르네사스 화재는 국내 자동차 업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앞서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1·3위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이 지난달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으로 현지 공장이 중단된 데 이어 2위인 일본 르네사스의 화재로 글로벌 3강의 생산이 한꺼번에 차질을 빚은 탓입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이에 따른 연쇄 감산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들 업체가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도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MCU는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현재 차량 1대당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는 200~300여개로 만약 이중 MCU가 빠지면 자동차가 완제품 형태로 생산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에 더욱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심으려면 대당 평균 2000여개의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되는 만큼 MCU의 수요 증가세는 불가피합니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 기존 기계 중심에서 반도체로 옮겨가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고 이에 대한 자동차 업체들의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함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감산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세계 MCU 생산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NXP, 르네사스, 인피니온의 반도체 생산라인의 복구가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리는 만큼 국내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현대차와 기아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최악의 경우 MCU를 포함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현대차와 기아로선 체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관리가 필수 과제로 급부상했습니다. 올해 전동화 전환을 목표로 내건 현대차와 기아가 선제적인 조치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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