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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 농업, ‘기술’을 넘어 ‘표준’으로

[기고]우리 농업, ‘기술’을 넘어 ‘표준’으로

기사승인 2021. 03.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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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남원장님1
김상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소소하게는 빨간불에 정지하고 파란불에 통행하는 것부터 휴대전화 기종에 상관없이 충전기를 쓸 수 있는 것, 맞을까 하는 의심 없이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것 등 표준은 우리 생활 어디에나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표준이란 구성원 간의 신뢰를 보장해주고 혹시 모를 손실을 막아 사회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이 괜히 시간과 물자를 들여가며 길이와 부피, 무게 등의 단위를 통일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과 물자가 자유로이 이동하고 기술과 자본에도 국경이 사라진 현대에는 도시와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 ‘국제표준’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세계가 하나의 시장인 지금, 많은 나라가 기술 규제를 자국 산업의 보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 국제표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초연결’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사람과 제품, 서비스 간의 연결과 융합을 위해 새로운 기술들이 지닌 불확실성을 통제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표준화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존 월터 국제표준화기구(ISO) 전 회장은 표준을 “4차 산업혁명 시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ISO 내 가장 뜨거운 화제가 바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국제표준을 정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렇듯 기술의 표준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선도하는 시대가 열렸다.

농업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좋은 농업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국제표준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이미 우리 농업기술이 국제표준을 선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위치 확인 시스템(GPS)을 이용한 트랙터 선회 반경 시험 방법, 2018년 트랙터 중심위치 측정 방법에 이어 지난해 농업용 트랙터의 조작표시 기호 3종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동안 농업기계 분야 국제표준은 미국, 유럽 등 농업 선진국이 주도해 왔으며 최근에는 일본, 중국 등도 국제표준 채택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

농촌진흥청은 이에 대응하고 국내 농업기계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국제 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통치자, 지배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ruler’가 길이를 측정하고 줄을 긋는 도구인 ‘자’라는 의미를 함께 가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 농업기술이 국내를 넘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길, 이를 통해 미래 세계 농업을 이끄는 ‘ruler’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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