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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칼럼] ‘청송의 역발상’

[조향래 칼럼] ‘청송의 역발상’

기사승인 2021. 04. 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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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윤경희 청송군수, 박범계 장관에 주민 의사 전달
여성교도소·법무연수원·비상대기숙소 건립 희망
지역경제 회생·경제적 효과 극대화 '역발상' 주목
조향래 논설위원 0611
조향래 논설위원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한 가운데에 있는 알카트라즈 섬은 ‘아름다운 감옥’이라는 별칭을 지녔다. 숀 코넬리와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더록’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배를 타고 들어가는 관광 코스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연방 주정부의 형무소로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악마의 섬’이었다. 투옥된 죄인 또한 악명 높은 흉악범들이 많았다.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알카트라즈에 버금가는 지옥같은 감옥이 적잖다. 태국 방쾅 교도소의 살인범에게는 죽을 때까지 쇠사슬을 채운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플로렌스 교도소는 수용자들을 하루 종일 독방에 가둬 놓는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경 근처에 있는 검은 돌고래 교도소는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한 채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숨만 쉬게 할 뿐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떠올릴 수 없는 곳이다.

윤경희 청송군수, 박범계 장관 만나 주민 의사 전달

내륙 오지에 위치한 청송의 경북북부교도소도 국내에서는 가장 흉악범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이곳을 거쳐간 수감자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조직폭력배 김태촌과 조양은, 대도 조세형, 탈옥수 신창원, 성폭행범 김길태와 조두순, 토막 살인범 오원춘 등이 수형 생활을 했다. 청송에는 보호감호소도 있었다. 징역형과 별도로 재범의 우려가 있는 전과자들을 수용할 목적으로 설치했던 교정시설이었다.

보호감호소가 청송으로 오게 된 것도 입지 조건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뒤로는 깎아지른 듯한 광덕산이 병풍처럼 둘렀고 옆으로 반변천이 휘감아 도는 말발굽형 분지로 눈에 띄지 않는 천연의 요새였다. 영화 ‘빠삐용’의 무인도 같은 곳을 찾던 당시 교정 당국자들이 차선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청송군 진보면 광덕리였다. 내륙의 무인도, 육지 속의 섬이나 다를바 없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끼니 해결을 위한 절도로 일생을 보내다가 교도소에서 죽어간 한 노인의 쓸쓸한 말로를 그린 이두용 감독의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도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다. 걸레 스님 중광이 주인공 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에서 노인은 출소 후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염소를 훔친 죄로 보호감호 10년을 구형 받았다. 노인은 청송보호감호소로 이송되는 게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내용이다.

여성교도소·법무연수원·비상대기숙소 건립 희망

영화 이름에 ‘청송’이 들어간 연유를 알만하다. 당시 청송 사람들과 출향인들은 산자수명하고 인심이 순후한 청송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영화 제목을 바꿔 달라고 역설했다. 교도소 명칭 변경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청송교도소’가 기어이 ‘경북북부교도소’로 바뀐 까닭이다. 그런 청송에서 교도소 신규 유치 운동이 일어난 것은 대단한 역설이다. 청송은 이미 대형 교정시설이 4곳이나 있는 지역이 아닌가.

온갖 범죄인들이 드나드는 교도소는 ‘큰집’ ‘학교’ ‘깜빵’이란 별칭에서 보듯이 그 인식과 이미지가 여전히 우호적이기 보다는 적대적이다. 그런데도 윤경희 청송군수는 최근 경북북부 제2교도소를 시찰한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만나 여성교도소 유치는 물론 법무연수원 청송캠퍼스와 비상대기숙소(교정아파트) 추가 건립 등을 희망했다. 서울 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확진자들까지 수용했던 주민 의사의 반영이기도 하다.

교도소를 혐오시설이 아닌 효자기관으로 반기는 청송의 역설은 지역경제 회생을 도모하려는 역발상에서 나왔다. 내친 김에 ‘종합교정타운’이나 ‘교도소 마을’을 조성해 경제적 효과를 최대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경북의 산간벽지 청송의 교도소 유치 운동은 ‘내가 사는 곳에는 혐오시설을 유치할 수 없다’는 님비(NIMBY)적 사고에 대한 일대 전환을 실증하고 있다. 청송으로 가는 길도 그렇게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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