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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야구단 매각한 SK…대기업 ‘스포츠단’ 운영에 쏠리는 눈길

[취재뒷담화] 야구단 매각한 SK…대기업 ‘스포츠단’ 운영에 쏠리는 눈길

기사승인 2021. 06.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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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야구단 사업에서 손을 떼자 이번엔 SK가 운영 중인 축구단 제주유나이티드에프씨에 M&A(인수합병)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축구단이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며 야구단의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이지요. 앞서 SK측은 야구단을 정리한 이유에 대해 표면적으론 비인기 종목을 육성하고, ESG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축구단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하는 게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주유나이티드에프씨는 SK그룹의 손자회사인 SK에너지의 100% 자회사입니다. 전신은 1982년 12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에 의해 세워진 ‘유공 코끼리 축구단’으로, 1996년 1월 부천유공으로 개명한 뒤 1997년 10월 부천SK를 거쳐 2006년 2월 지금의 클럽 명칭인 제주유나이티드FC로 개명했습니다. 최근 3년간 실적은 좋지 못합니다. 영업이익은 2018년 -4억7500만원, 2019년 -1억6200만원, 2020년 -9억3410만원을 각각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4억610만원, 368만원, -8억7091만원을 나타내며 꾸준히 적자 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통상 기업엔 스포츠 구단이 ‘만년 적자’에 ‘애물단지’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선수 스카웃 등 운용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기업의 목적인 수익 창출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돈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기업 브랜드 마케팅 효과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일기획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수원삼성축구단만 봐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7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삼성도 수원삼성축구단 운영에 연간 200억대 이상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구단을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일 겁니다.

SK그룹 역시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을 오랜 시간동안 지원해왔지만 지난 1월에는 계열사인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신세계 그룹에 1353억원을 받고 매각했습니다. 모기업의 재정 악화로 인해 구단을 매각한 사례는 있어도, SK그룹처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별다른 이유 없이 구단 운영을 포기하는 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당시 시장에선 SK텔레콤이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에서 기업 간 거래(B2B) 쪽으로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바라봤습니다. 또 B2C 기업인 신세계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윈윈 효과’인 셈이죠. 일반 대중이 아닌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B로 체질을 바꾸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구단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서죠. SK와이번스는 2015~2019년 누적 45억원의 손실을 냈습니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 ‘성과 측정이 어려우면 팔고, 지분도 필요한만큼만 보유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제주유나이티드에프씨가 SK와이번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죠. 다만 SK가 야구단 매각을 ESG 경영의 연장선으로 설명하고 비인기 종목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 약속했으니 ‘제2의 와이번스’가 나오지 않기를 팬의 입장에서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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