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시 수수료 최대 337억
상반기 1위인 미래에셋 뛰어넘어
업계 최초 IPO담당 4개부서 확대
바이오·IT 등 섹션별 전문성 강화
후발주자 열세 딛고 대형 딜 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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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기업공개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KB증권이 초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을 품에 안은 비결은 뭘까. LG에너지솔루션인 경우, 모기업인 LG화학의 회사채 발행을 도맡으며 자금조달 파트너로서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KB금융지주 계열사 간 유기적 협업 체계를 통한 에쿼티스토리(상장 청사진) 제시가 한몫했다. 특히 합병 전 현대증권 시절과 달리 KB 간판을 달면서 대기업 계열 IPO 주관에서 자유로워졌고, 외부 인재 스카우트로 ‘맨파워’를 키워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지난 2017년,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증권을 인수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다.
다만 조(兆) 단위 상장 주관 전력이 없다는 점과 최근 공모가 거품 논란, 증시 변동성 등은 상장 흥행 우려 요인으로 꼽혀 IPO 선두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올 하반기 IPO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대표 주관을 맡은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뱅크를 상장시키고 거둬들일 수수료 수익만 최대 377억1800만원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1위에 오른 미래에셋증권(229억원, 12건)의 1.6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통상 공모금액의 0.8%를 수수료로 챙기고, 실적과 기여도에 따라 0.2% 정도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가치만 50~100조원으로 예상되는 초대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체 상장주식의 20%를 공모주로 내놓을 경우, 공모금액은 20조원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이 공모금액의 10~20%를 배정받는다고 하면, 인수수수료로 160억~320억원을 얻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인수수수료는 공모금액(2조1598억∼2조5525억원) 기준 48억3800만~57억1800만원이 예상된다. KB증권은 카카오뱅크 공모물량 28%를 인수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9~10월 상장이 전망되며, 카카오뱅크는 다음 달 8월 5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업계에선 KB증권의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뱅크 상장 주관을 계기로 IPO 시장 판세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IPO시장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빅3’가 경쟁을 벌이던 구조였다. 반면 DCM(채권자본시장) 전통 강자인 KB증권은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주식연계증권 등을 포함한 ECM(주식자본시장)에선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2017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후발주자였기에 대형 빅딜을 주도한 적이 없었다. 기업공개 시장에선 트랙레코드(실적)가 중요하기 때문에, 오랜 업력의 대형 증권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 열세였던 KB증권이 초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한 배경으론 모기업인 LG화학과 인연을 주목했다. 증권사로선 LG그룹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모두가 탐냈던 빅딜이었다. KB증권은 올 상반기 민간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였던 LG화학의 1조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도맡아 진행했다. KB증권은 DCM에선 작년까지 8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시장 여건도 유리했다. 올 초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LG엔솔은 배터리 소송을 벌인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IET의 상장 주관에 참여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인 경우 이해 상충 문제를 고려해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미 카카오뱅크 상장 주관사로도 낙점돼 대형 딜 주관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작년 SK텔레콤 계열사인 원스토어와 카카오뱅크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됐다. KB증권 ECM본부는 제안 단계에서부터 에쿼티스토리의 차별화로 승부했다는 설명이다. 심재송 ECM본부장(전무)은 “ECM본부를 포함한 리서치 애널리스트, 기관 세일즈 파트 등이 모여 제안서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및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쳤다”고 말했다. 또 KB금융지주, 국민은행, KB인베스트 등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업 체계로 카카오뱅크에 맞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특히 경쟁사 대비 강점은 IPO 섹터별 전문화다. 지난 5월 ECM부서를 업계 최초로 4개 부서로 확대 개편했다. 고객 입맛에 맞는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증권인 경우 3팀 체제다. ECM 1부는 소부장, 2부는 바이오 헬스케어, 3~4부는 IT 서비스(테크놀로지, 미디어, 텔레콤)를 맡는다. 2부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3~4부에서 카카오뱅크 업무를 수행한다. 조직 인력 역시 35명에서 46명으로 10여 명이 더 늘었다. 앞서 외부 인재를 지속적으로 수혈하며 ‘맨파워’를 키워왔다. 또 ‘IPO 프로세스 개선 TFT’를 운영하며, 약 200억원을 투입해 IT 설비 등도 확대했다.
KB증권은 올해 중점 경영 목표로 ‘ECM(주식자본시장) 시장 1위’를 내걸었다. 합병 후 4년 이상 시장에서 실력을 쌓아왔다. 2018년 6위에서 2020년 3위로 올라섰고, 올해 1위를 넘본다. 다만 시장에선 이전까지 KB증권이 수조원 단위의 대형 딜을 주관한 전력이 없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상장을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여전히 갖는다. 이와 관련해 KB증권 관계자는 “합병 후 4년 동안 쌓은 경험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또 최근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며 투자 열기 축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증시 변동성과 풍부한 유동성 유지 여부도 IPO 시장 판세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심재송 본부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올해까진 IPO 흥행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KB증권이 ‘IPO 톱 하우스’의 위상을 갖추는 원년으로 목표하고 있으며, 최근의 성과를 지속하고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