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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시중은행, “채용 확대” 당국 압박에 난감한 이유

[취재후일담] 시중은행, “채용 확대” 당국 압박에 난감한 이유

기사승인 2021. 0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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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줄이고 수시채용 선호
빅테크 기반 금융사와 경쟁 중
아투 김윤주
“공채 일정을 묻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요.”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입니다. 은행의 디지털화로 업무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점포 폐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채가 사실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입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질 좋은 금융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날 은 위원장은 금융사들이 수익을 많이 내, 배당을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기업들이 불어난 이익체력에 맞춰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등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눈치를 준 것이죠.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올해 상반기 총 당기순이익은 6조182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4조8553억원에 비해 27.3% 증가한 금액입니다. 이처럼 호실적을 기록한 주요 시중은행들도 사실은 ‘제 코가 석자’라 난감합니다. 최근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출이 거세지자, 시중은행들도 경영 효율화를 꾀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시중은행은 점포와 인력 감축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은행 지점과 점포 수는 303개가 사라져 2017년(312개)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은 공채를 폐지하고, 필요할 때마다 인력을 뽑는 등 효율적인 인력 채용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5대 시중은행은 신규 채용 없이 IT·데이터 등의 디지털 분야 인력을 수시 채용으로 뽑는데 그쳤습니다. 이 가운데 당국의 일자리 창출 요청은 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음달 8~9일에는 ‘2021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가 열립니다. 은 위원장 또한 금융지주 회장들에 채용 확대를 주문하면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지주가 박람회에 흥행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는 신호로 읽히는데요. 이번 박람회에서 금융권이 청년층 일자리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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