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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커머셜에 집중”…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직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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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1. 09. 07. 06:00

현대카드 IPO 앞두고 경쟁력 확보
현대커머셜 새 성장동력 발굴 속도
"계열분리 가능성 없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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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경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금융권 대외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미래 대비를 위한 세심한 경영능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현대캐피탈 등 3개의 계열사 대표이사를 동시에 맡는 것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정태영·정명이 부부의 직·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현대캐피탈을 놓음으로써 계열분리의 첫 단추가 아니냐는 해석도 분분하다. 하지만 현대카드·현대커머셜에서의 높은 현대차의 지분율이 정리되지 않는 한 계열분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자동차할부금융을 현대캐피탈이 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 등 특수관계인과의 카드수익 비중이 21.46%로 높은 점도 계열분리에 부담이다.

6일 업계와 현대카드 등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자동차금융서비스 회사인 현대캐피탈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을 오는 30일부로 사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정 부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던 목진원 대표이사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며, 신임 사내이사는 향후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경영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를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캐피탈은 장인인 정몽구 전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한번 살려보라”는 부탁을 받고 정 부회장이 2003년부터 이끌어왔다. 자동차 금융을 디지털화하고 중고차 시장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접목하는 등 혁신적인 경영기법과 아이디어를 내세워 2003년 말 당시 자산총계 8조7826억원의 회사를 2020년 말 기준 33조3599억원까지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주력 사업체인 현대카드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의 개척자로 업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며 업계순위 4위에까지 올렸지만 한계에 다달았다. 이미 PLCC는 모든 카드사업자들이 앞다퉈 내놓으며 차별화가 부족하고 빅테크의 결제사업 진출로 업황 자체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본업인 가맹점 카드수수료도 계속해서 인하하는 상황이라 고정 먹거리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 개의 계열사 대표를 맡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지난 4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에 전문경영인 중심의 각자대표이사체제를 전환할 당시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부문과의 협업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환을 준비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현대카드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그동안 현대카드를 빅데이터와 AI, 블록체인에 기반한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향후 현대카드의 IPO도 추진해야 하는 만큼 카드회사가 아닌 디지털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59.68%의 지분으로 현대차가 최대주주인 현대캐피탈의 대표이사를 사임해 계열분리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정 부회장은 물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누나 정명의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의 지배구조에서 비껴가 있다. 기아의 지분 20.10%까지 더하면 80% 이상으로 정의선 회장 체제 하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의 재무적 투자자의 지분 24%를 우호세력인 푸본생명(20%)을 끌어들여 현대커머셜(4%)과 함께 인수하게 한 배경도 ‘정태영·정명이 부부→현대커머셜→현대카드’ 지배구조 완성시키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푸본생명과 정태영·정명이 부부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커머셜의 지분을 합치면 48.54%로 현대차·기아 지분 48.44%보다 높다.

하지만 현대커머셜과 현대카드에 여전히 높은 현대차와 기아의 지분율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계열분리는 힘들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영향력을 벗고 수익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카드의 카드 수익 1조1689억원 중 현대차 등 특수관계인과의 카드수익이 2459억원으로 21.46%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할부금융이 현대캐피탈이 전담하는 상황에서도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비중이 높아 ‘현대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 강화 차원에서의 사임이지 계열분리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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