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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돈 빌릴 곳 없어’ 고지 후 돈 빌렸다면 사기죄 아냐”

대법 “‘돈 빌릴 곳 없어’ 고지 후 돈 빌렸다면 사기죄 아냐”

기사승인 2021. 09. 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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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변제 못할 것 알고도 차용 감행…사기죄 미필적 고의"
대법 "차용 당시에는 변제 의사 있어…민사상 채무불이행 불과"
대법
돈을 빌릴 당시 자신의 신용 상태 등을 설명했다면 제때 돈을 갚지 않더라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2015년 2월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 돈을 빌려주면 한 달 뒤에 갚겠다”며 평소 알고 지낸 A씨에게서 2000만원을 빌렸다. 약속 기간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못한 박씨는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씨가 당시 2억원이 넘는 채무가 있었고, 별다른 재산도 없어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A씨에게 돈을 편취했다고 봤다.

1·2심은 박씨가 돈을 빌릴 당시 돈을 갚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용금을 2015년 2월말까지 변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차용을 감행했으므로 사기죄에 관해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박씨의 신용 상황을 알고도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사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당사자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변제 시기나 이자 등 변제 조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고, 박씨는 돈을 빨리 갚겠다는 취지에서 ‘2월 말까지 갚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일 뿐 차용금 변제를 2015년 2월 말로 확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다.

또 “박씨가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며 자신의 신용부족 상태를 미리 고지한 이상 A씨가 기망을 당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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