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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문 대통령 방중과 정의용 외교장관의 중국 옹호 발언

4년 전 문 대통령 방중과 정의용 외교장관의 중국 옹호 발언

기사승인 2021. 10. 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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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문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아프리카 소국 정상보다 홀대
정의용 외교 "중, 공세적 당연...한국에 강압적 아냐"
정 장관, 대북제재·종전선언 주장, 바이든 행정부와 다르고 북중 입장에 가까워
Manjoo Ha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행은 유례없는 푸대접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국빈 방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홀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도착 당일 베이징(北京)을 비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물론 중난하이(中南海·최고 지도부 거처)를 지킨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조차 못 만났다.

공항에서 베이징 시내로 가는 길에 태극기도 내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 아프리카 어느 소국 정상의 방중 때 그 나라 국기가 나부낀 광경과 대비된다.

문 대통령은 다음날 시 주석을 만날 때까지 ‘혼밥’을 했다. 청와대가 서민 행보라고 ‘자찬’한 베이징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台) 인근 식당은 특별히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곳이 아니었고, 문 대통령의 ‘깜짝 방문’ 후에도 명소가 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시 주석이 찾아 유명해진 서민형 식당을 방문하려 했으나 중국 측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 베이징 서민식당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017년 12월 14일 노영민 당시 주중 한국대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서민식당 용허셴장(永和鮮漿) 내부 모습. 중간에 손님이 없는 테이블이 문 대통령 내외 일행이 앉았던 곳이다./사진=베이징=하만주 특파원
문 대통령이 자체 일정으로 참석한 코트라 행사에서는 중국 측 경호원에 청와대 출입 방송 카메라 기자가 폭행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장관들과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수행원들은 문 대통령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중국 측 경호원들의 제지를 면했지만 우리 측 기자단이나 특파원들은 곳곳에서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어이없는 사태가 기자폭행 사건이다. 현장의 청와대 언론담당 최고 책임자는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후속 소식을 들은 바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1차 방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2018년 3월 25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김 위원장의 제1차 방중 기간에 베이징(北京)에서 진행된 환영만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그해 3월 28일 보도한 것./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국빈 환영 문화행사는 인민대회당 한쪽 강당에서 이뤄졌는데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많은 공연진이 한국 측 준비였고 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 내외는 공연단들과 기념사진도 안 찍고 퇴장했다. 국빈 방문에 준하는 ‘형식’만 갖춘다는 인상이 강한 자리였다. 4개월 후 2018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공식 1차 방중 때와 대조적이었다.

중국 측 홀대는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때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앞으로 사드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이후에도 한국 측 고위인사에 대한 홀대는 이어졌다.

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중한 정의용 실장은 시 주석의 옆자리가 아니라 앞에 앉았다. ‘대면 보고’를 하는 모양새였다.

정의용 시진핑 면담
2018년 3월 12일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및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베이징 특파원 공동취재단
‘중국 외교부는 상대국 정상 특사에 대해 정상과 동일한 대우를 한다’는 게 주한 한국대사관 해명이었으나 실제와 다르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은 시 주석과 나란히 앉았다. 이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국이 홍콩 내지 중국의 일개 성(省)급 위치로 격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1997년 홍콩 반환 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대에는 홍콩 행정장관의 좌석이 후 주석과 동등한 자리였으나 시진핑 시대에는 시 주석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형태로 변했다.

4년 전 베이징 특파원 시절의 기억을 더듬고 자료를 뒤적여 본 것은 최근 미국 뉴욕을 방문한 정의용 외무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정 장관은 22일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회에서 20년 전과 다른 중국이 ‘공세적(assertive)’인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다음 날 특파원단 간담회에서는 자신에 대해 ‘중국을 대변한다’고 보도한 국내 언론을 향해 ‘서운한 마음’이라며 중국은 한국에 ‘강압적(coercive)이지 않다’고 말했다.

CFR 대담회에서 ‘나의(my) 대통령’이라고 칭한 문 대통령이 4년 전 방중 당시 겪은 굴욕쯤 대범하게 넘어가려는 걸까. 하지만 2000년 마늘 분쟁,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2017년 이래 현재진행형인 사드 문제에 따른 보복 조치, ‘3불(사드 추가배치 불가·미국 미사일방어체제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등 일방적 태도의 중국에 대해 “강압적이지 않다”는 그의 해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중국 공산당 내 서열 25위 이하, 국내에서는 몸을 낮추는 정 장관의 카운터파트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유독 한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엔 아예 눈을 감는 것 같다.

정의용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 장관 발언은 ‘중국을 민주주의와 대결하는 권위주의 체제’로 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배치되는 판단이다. 정 장관은 CFR 대담에서 대담자 파리드 자카리아 CNN방송 앵커가 ‘아시아가 중국권(blocs)과 한국·호주·일본·미국 등 비(非) 중국권으로 지역으로 변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그것은 중국이 말하는 것처럼 냉전 사고방식”이라고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 입장에 동조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대북제재에 대해서 역시 바이든 행정부 대신 중국과 북한 측에 가까운 관점을 보였다.

정 장관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종전선언은 주한미군이나 유엔사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김성 북한대사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6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유엔 웹TV 캡처
하지만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7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70년 동안 종전선언을 외면하고 있다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에 대한 전쟁 연습’, ‘한미동맹은 민족 화합을 가로막는 사슬’이라고 한 것을 보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문제는 결코 무관할 수 없다. 그게 북한과 중국의 공식 입장이자 실제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2018년 6월 19~20일 베이징 3차 정상회담에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될 경우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 없어진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향후 평화체제 구축 상황에 구축 상황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에게 주한
미군 철수를 촉구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북·중이 전략적으로 협력해 가기로 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그해 5월 7~8일 다롄(大連)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축소를 요구하라고 제안했다’는 말이 베이징 외교가에 돌았다.

김정은 시진핑 정상회담
2018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오찬(왼쪽) 사진과 그해 5월 다롄(大連) 해변을 거니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 모습/사진=연합뉴스
또 정 장관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비무장지대(DMZ) 관할이 정전협정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유엔사가 갖고 있어 우리 주권이 못 미치고 있는데 종전선언이 유엔사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전협정 관리 역할인 유엔사가 종전선언 후에도 존재한다’는 논리적 모순이다.

속내와 대외적 명분이 너무 다르면 논리가 뒤엉키고 말 또한 꼬이기 마련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토대가 허술한 건물이 작은 충격에 무너지듯 불가피하게 터진 사고에 가까워 보인다. 속내와 명분을 일치시키거나 더 정교한 논리를 개발하지 않으면 난관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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