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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탄소감축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취재후일담] 탄소감축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기사승인 2021. 11. 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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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일 기자
권한일 공기업부 기자
“남동발전 1500만톤, 남부발전 1100만톤, 서부발전 7백만톤”… 최근 한 통계에서 주요 발전사들이 온실가스배출 감축량 차트의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탄소중립의 의미를 생각하면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육성책에 발 맞춰 얻은 발전 공기업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공기업들이 마냥 좋아하기에는 어딘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진다. 3년 임기인 발전사 사장들이 무엇인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효율 개선 및 기술 투자 비용 증가와 함께 원자력 대신 60% 넘게 비싼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늘린 발전사들의 재무구조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 6곳의 지난 5년간 부채는 44조원, 36%나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도 209조원의 부채가 이들 기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렇다고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 2025년이면 부채 규모가 2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의 에너지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공기업 마음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면 재무구조개선은 다른 세상 이야기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공기업들은 현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에 그저 군말 없이 따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현실이다. 공기업인 만큼 정책에 맞춰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확고한 명제 때문이다. 속이 문들어져도 그저 따를 뿐이다. 그런 속상함이 곪아 터졌는지 최근 복수의 의원실이 확보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발전 5사(남동·중부·동서·서부·남부발전)는 일제히 탄소 중립 이행 시 “에너지 원가 급등과 재투자 등 경제적 문제”를 호소했다. 정부 시나리오 대로 진행되면 투자 비용 부담이 커 경제적 보상 없는 재투자는 어렵다는 얘기다.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려 원료 발전 단가가 높아지면 각종 요금 인상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악화되면 정부가 공공제 가격을 조정하는 모습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없는 점을 우려한다.

재원도 문제지만 신규 투자부지에 대한 토지보상 등 가이드 라인이나 지원책이 없다는 지적과 정책대로 각 사가 알아서 하라는 얘기로 들린다는 볼멘소리는 현 정부의 과도한 에너지 전환과 업계 전반에 팽배한 불신의 반증이 아닐까.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안을 확정했다. 석탄비중을 2018년의 절반수준으로 줄이고 재생 에너지 비중을 5배 가량 늘린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총회와 COP26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은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범 세계적 과제이자 핵심 어젠다 이다. 하지만 우선 고려돼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 통계와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류가 수 백년간 의지한 화석연료를 10년만에 절반수준으로 줄이고 30년 내 완전 폐기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공표하기 전에 다각적인 논의가 더 필요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탄소중립 기치를 내건 현 정부의 방향성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과정이 이해당사자에게 현실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속도조절은 당연한 과정일지 모른다. 신재생 투자 비용과 높아진 발전 단가 부담을 짊어지는 것은 결국 국민이고, 그 재원이 세금인 만큼 경제성과 사업 타당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중립 2050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기성세대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부담이 되지 않게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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