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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농촌공간계획 제도화로 지방소멸에 대응하자

[칼럼] 농촌공간계획 제도화로 지방소멸에 대응하자

기사승인 2021. 12. 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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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증명사진(김홍상 원장)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인구 고령화와 청장년 유출이 지속되면서 장래 농촌이 지속 가능할지 걱정하는 목소리를 종종 접한다.

지역 내 고령 인구 대비 젊은 여성의 비율로 산출한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머지않은 장래에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도 등장했다.

지방소멸론의 그림자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으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인구이동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농촌 지자체 중에도 인구 순 유입이 나타나는 곳이 늘었다. 연령층을 베이비붐 세대로 좁히면, 2020년 비수도권에 속한 74개 군 중 93%에 해당하는 69개 군에서 순 유입이 있었다.

이러한 순 유입에 더해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일주일 중 며칠을 도시와 농촌에서 머무는 5도2촌, 4도3촌형 생활양식도 확산 중이다.

2019년 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도시민 중 14%가 가까운 장래에 농촌에서 활동하고자 구체적 준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과거에는 없던 변화로 농촌에 잠재력이 있음을 말해준다.

국민은 깨끗한 자연환경, 일과 여가의 균형, 도시에서 누릴 수 없는 삶의 여유와 같은 가치를 농촌에 기대한다.

은퇴 연령층에 속한 상당수 사람의 미래가 도시가 아닌 농촌에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청년층의 왕성한 농촌 활동 이야기도 듣게 된다.

이런 잠재력을 이어가 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빽빽한 아파트단지가 아닌,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쾌적하고 살고 싶은 농촌 마을이 있어야 있다.

농촌 고유의 문화, 전통, 경관도 살려야 한다. 도시만큼 거창하고 세련되지 않더라도 생활에 필요한 문화·복지시설도 필요하다. 이런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고 중장기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

도시에는 도시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도시계획이 있다. 주거, 산업 등의 용지를 확보하고 인프라를 설치하는 역할을 한다.

농촌이 농촌답게 유지되고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일은 도시계획만으로는 수행하기 힘들다. 농촌은 신규 개발보다 기존 마을 정비가 우선이며, 자연환경과의 조화와 전통적 자원 보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분산 거주하는 특성도 도시계획 수법을 적용하기 어렵게 한다.

오랜 세월 동안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농촌은 도시개발의 후보이자 유보공간으로 여겨졌다. 농촌은 ‘비(非)도시’일 뿐 농촌으로서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도시에서 밀려난 위험물처리시설, 공장 등 위해 시설의 입지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특히 주택과 공장, 제조업소, 축사 등의 혼재가 심각해 난개발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는 계획관리지역의 97%가 농촌 읍·면이다.

이제는 무질서한 입지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 농촌의 주거환경과 농촌다움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때다.

계획관리지역 또한 주거용지, 산업용지 등 용도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쾌적함과 고유의 문화·전통이 살아 있는 농촌이 되도록 국가 차원에서 힘을 실어야 한다.

최근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농촌공간계획 제도화가 추진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와 지자체, 현장 주체들이 나서서 농촌 공간의 미래를 준비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방소멸은 인구 공동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전통 등 농촌 고유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인구는 돌아올 수 있지만 황폐해진 문화·전통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소멸은 농촌소멸로 시작되고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를 새기며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핵심과제로 농촌공간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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