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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현대차 중고차 진출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

[취재후일담] 현대차 중고차 진출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

기사승인 2022. 01. 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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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최원영 산업부 기자
보호냐. 육성이냐. 우리나라 중고차 산업이 두 가치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골목상권이라 주장하는 낙후된 중고차 매매상들을 보호하느냐. 대기업에 큰 틀을 맡겨 대대적인 선진화에 들어서느냐 사이에서의 막판 진통 중입니다.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키를 쥐고 있는 건 아이로니컬하게도 소상공인 한쪽의 이익만 대변하는 중소기업벤처부입니다. 현대차에 중고차사업 진출 작업을 멈추라며 ‘사업개시 일시 정지’를 권고를 내린 게 지난 13일입니다. 일각에선 중고차산업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육성 차원에서 접근해 중기부와 조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원해도 부족할 판에, 제재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입니다.

민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게 국회 을지로위원회에서 대화의 판을 깔았지만 중고차매매상들은 현대차가 중고차를 파는 만큼 신차 판매권을 달라고 억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중재를 맡았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이건 대화를 하지 말자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화를 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완성차업계와 다수의 소비자단체들은 단순히 중고차 매매상들의 판으로 방치하는 건 오히려 정부의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시선입니다. 만연한 불법 판매와 사기나 다름없는 품질문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들을 통제조차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방법은 없을까요.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통제와 단속이 먹히는 영역이 되려면 대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중고차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과거 에너지산업 출입 시 취재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포천 일대 작은 공장들이 저가 벙커C유를 원료로 개별 보일러를 가동하면서 매연과 폐수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 해결방안으로, 열병합발전소가 지어졌습니다. 100여 개의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단속도 하기 힘든 오염물질을, 첨단설비가 구축된 발전소 하나로 단일화해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무분별하게 퍼져 있는 중고차 시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 사이 수입차업체들은 ‘인증 중고차’라는 이름으로 자체적으로 잘 관리된 자사의 중고차들을 국내에 팔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입차는 ‘5년, 10년이 지나도 잘나가더라. 역시 수입차’라는 얘기를 계속 듣게 될 것 같습니다. 막상 국내 대기업만 발목이 잡혀 있는, 왜곡된 현실이 우리 법체계의 문제점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권고에도 현대차는 중고차 사업 진출 준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중기부에 입장을 물어보니 잠시 판매행위를 하지 말라는 권고일 뿐 플랫폼을 구성한다거나 매물 서치, 시장 조사 등 여러 가지 준비 작업과는 무관하다고 답해 왔습니다. 권고 자체도 법적 강제력이 있지는 않다는 얘기로, 소상공인이 요청한 법적 권리를 단지 수행해 주고 있을 뿐이라는 식입니다. 결국 정부도 요식 행위 일 수 있다는 걸 시인한 셈입니다.

시장 안팎에선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힘들게 현대차가 열려고 하는 시장의 문을 방치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힘 있게 열어 다양한 시너지가 날 수 있게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진정한 중고차산업 선진화의 길도 보일 거라는 얘기입니다. 집을 지을 때 설계를 잘해야 하듯, 지금이 바로 수십년 난립한 중고차 산업의 백년대계를 세울 때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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