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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건설 경종 필요…현대산업개발 퇴출은 재고돼야

[장용동 칼럼] 건설 경종 필요…현대산업개발 퇴출은 재고돼야

기사승인 2022. 0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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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건설은 물을 다스리는 치산치수의 역사이자 삶의 그릇을 만드는 주거의 역사이다. 고대로부터 강과 운하 건설이 그랬고 성곽과 도성, 주거 시설이 이를 대변한다. 따라서 국가와 국민 생활의 근본 산업이자 한 나라의 흥망을 말해주는 표징이기도 하다. 이제 건설기술력은 달나라와 화성에 집단시설물을 건설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우리의 토건 역사는 최악의 동족상쟁 상흔을 딛고 세계 유일의 부흥국가를 일군 원동력이었다. 자원 빈국으로 가진 것이라고는 인력밖에 없었던 지난 70~80년대에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는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었고 이를 통한 시드 머니는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 10위권의 위업을 달성하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정경유착 등으로 부패 산업으로 낙인이 찍히고 스마트시대에 밀려 전근대적 산업으로 치부되면서 서자(庶子) 산업의 대우를 받지만, 여전히 200만 건설인은 국부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땅을 파고 지표를 조각하며 막대한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나아가 세계 수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동과 아시아, 멀리 유럽과 미국까지 진출, 플랜트는 물론 원전까지 고부가가치의 건설작품을 남기고 있는 대한민국 자존의 산업임을 부인할 수 없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아프지 않고 크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멀리 와우아파트를 비롯해 성수대교, 행주대교, 삼풍백화점, 구포 열차 사고 등 치욕적인 붕괴사고로 대 홍역을 치렀고 독립기념관 화재 등 크고 작은 사고로 수백 명이 죽고 다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것도 건설기업과 시스템의 실책에 기인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때마다 기업 스스로 자성은 물론 기술과 감독 관리 강화 등을 내세워 새로운 시스템 구축 등으로 맞서 왔고 이는 한 단계 약진하는 계기가 되어왔다. 요즘같이 오픈된 시대에 부당이익을 위해 철근 몇 가닥을 넣지 않거나 불량골재를 넣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복잡한 공정을 인력으로 소화해야 하는 건설산업 특성상 현장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인재가 대부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붕괴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대형건설사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허술한 안전 시스템이 대형사고로 이어졌음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건설에 있어서 안전관리 부실은 대형사고 유발 내지 인명 사고와 직결된다는 차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너인 정몽규 회장이 물러나고 30년 구조결함 보증까지 확약하고 나섰지만 성난 여론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부실 여부와 귀책 사유가 밝혀지는 대로 마땅히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안전부실이 어디에 기인했는지를 철저히 밝히는 게 처벌보다 우선이다. 현산의 설계와 시공 매뉴얼의 근본적 하자 여부를 비롯해 구조적 문제인지, 아니면 노사의 문제인지, 또는 현장 공기에서 생긴 일인지, 콘크리트에 하자가 있었는지를 명확히 밟히는 게 우선이다. 이는 모든 주택건설 현장과 주택건설업체들을 위해서도 절대 필요한 일이다.

근본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HDC현산의 퇴출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극히 유감이다. 최강의 벌칙인 퇴출로 맞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은 이해되지만 45년 이상 성장 발전해온 건설기업의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수천 명의 종업원과 현장, 그리고 협력업체 등 사회경제적 파장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976년 현대도시개발을 모태로 해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해 분당신도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수원 아이파크시티 등 전국 주요 도시에 랜드마크를 개발하며 주거 공간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금융부동산기업으로 아파트 사전입주자 점검을 처음으로 도입할 만큼 정도경영 실천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벌백계로 다스리되 정부와 지자체까지 성급히 퇴출을 거론하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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