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安, ‘서울시장 방식’ 단일화 제안…복잡해진 단일화 셈법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213010006130

글자크기

닫기

이욱재 기자

승인 : 2022. 02. 13. 17:20

202201270100279600016210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연합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방식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 후보 측이 안 후보가 제안한 방식을 사실상 받을 수 없다고 못박은 상황이지만, 단일화 가능성은 일단 열리게 된 셈인 만큼 향후 양측이 단일화 방식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없다”→“선제적 제안”

그간 안 후보는 윤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거듭 선을 그으며 대선 완주 의지를 밝혔다. 당장 전날에도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완주할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날 “제가 완주한다고 그렇게 계속 얘기를 해도 정말 집요하게 단일화 꼬리만 붙이려고 하니, 그렇다면 차라리 선제적으로 제안해서 국민의 판단과 평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 길을 굳건하게 가는 것이 안철수의 이름으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그간의 입장을 뒤집었다.

자신의 대선 완주 의지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단일화 문제가 거론돼 선거운동에 차질이 있는 만큼 윤 후보에게 단일화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면서 공을 넘긴 것이다. 특히 이날이 대선후보 등록일인 만큼 단일화 문제를 털고 새롭게 선거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안 후보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실적인 문제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대선이 30일 이내로 가까워진 상황에서, 양강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큰 안 후보로서는 당선 가능성이 낮아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거론하는 인물들을 향해 ‘거간꾼’이라며 사실상 입단속을 하는 등 단일화 논의가 차단될 상황에 놓이게 되자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공론화 시킨 것이라는 해석이다.

◇적합도+경쟁력 혼합된 ‘서울시장 단일화 방식’

안 후보가 이날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콕 찝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 후보가 합의했던 여론조사 방식으로, 이에 대해 안 후보는 “그 때 합의한 방식과 문항이 있으니 단일화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서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양당이 합의한 방식은 두 개의 여론조사를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무선전화 100% 면접 조사 방식을 사용했으며, 당시 여권 지지층을 여론조사에서 배제하는 ‘역선택 조항’은 넣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 적용한다면 “야권 단일후보로 윤석열·안철수 후보 중 누가 적합하다(경쟁력 있다)고 보시느냐”는 방식으로 묻는 것이다.

안 후보가 이같은 방식을 제안하게 된 배경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당선 경쟁력’과 ‘단일화 적합도’에서 윤 후보에게 밀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리얼미터가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7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단일화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윤 후보는 40.9%, 안 후보는 40.4%로 초박빙 양상을 보였다.

◇尹, 여론조사 방식 사실상 거부…‘방식’ 두고 줄다리기 예고

안 후보의 제안 이후 윤 후보 측은 약 1시간 만에 “국민적 요구에 오히려 역행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안 후보 측은 이미 전날 오후 비공식으로 단일화를 제안했고, 윤 후보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하루 만에 결정을 내릴 정도로 안 후보가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을 한 것이다.

윤 후보 측이 이처럼 즉각 반응한 이유는 앞선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와 현재 대선 판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안 후보와 오 후보가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단일화 방식을 합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것이다. 선대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 다섯 배 가량 차이나는 데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지지율 차이와 별개로 윤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방식시 ‘역선택’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을 시, 여권의 조직적 여론조사 개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앞서 홍준표 의원 등과의 경선 과정에서도 ‘위장당원’ 의혹을 제기하며 역선택 문제를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추후 단일화 방식이 여론조사 형식으로 논의되더라도, 역선택 문제에 대해선 윤 후보 측이 확실히 짚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윤 후보 측은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통합을 위한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며 안 후보를 압박하기도 했다. ‘용기있는 결단’은 안 후보의 대선 포기를 뜻하는 것으로 읽힌다.

안 후보가 이날 단일화의 공을 윤 후보에게 넘기면서 윤 후보도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경쟁상대인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확실히 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단일화 문제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남은 대선의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달갑지 않은 윤 후보가 특유의 스타일대로 ‘통큰 담판’을 통해 안 후보에게 정치적 실익을 보장해 주고, 사퇴 명분을 제공해 퇴로를 열어주는 방식으로 남은 대선 기간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 “승리 후에 차기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 주며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공동정부 가능성을 내비친 대목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이욱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