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차질 불가피…대외의존도 높은 韓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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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 원유, 천연가스 수출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25% 수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면 러시아에 의존했던 수입품의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지난해 수입한 2075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 수입 비중이 20%를 넘는 제품은 118개(5.6%)로 집계됐다. 러시아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제품도 62개(2.9%)에 달했다. 118개 제품 가운데 나프타의 수입 규모가 43억8302만달러(약 5조3000억원)로 가장 컸다. 지난해 나프타 전체 수입액 중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였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다.
석유·역청유(15도 비중이 0.847 초과, 0.855 이하인 제품)의 러시아 의존도는 92.6%나 됐다. 지난해 수입액은 28억8004만달러였다. 유연탄(코크스용탄)과 무연탄의 러시아 수입 비중도 각각 21.5%, 40.8%로 높았다. 원자력발전에 쓰이는 우라늄235를 농축한 우라늄(2억5000만달러)도 전체 수입액 중 33.8%가 러시아산이었다.
이 외에도 철강, 반도체 등 국내 핵심 산업군에 쓰이는 원자재도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다. 용도에 맞는 철강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페로실리콘(실리콘 함유량 55% 초과)은 34.6%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었고, 스테인리스강을 만들 때 필요한 페로실리코크로뮴은 92.9%가 러시아산이었다.
우리나라의 대 러시아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수출이 전체 교역의 1.5%, 수입이 2.8% 정도로 직접적인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수급 차질이 예상되는 러시아산 원자재와 중간재 등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교역 비중이 작아 단기적으론 부정적인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제한 등 화석연료 공급 감소 문제가 현실화되면 우리 기업의 생산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특히 △원유 수출국의 이해 충돌 △장기 공급 계약 △즉각 증산의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화석연료 공급량이 급감할 경우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문제뿐 아니라 생산성 악화 문제까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 경제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매우 높다는 점, 생산에 있어 화석연료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상품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 실물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생산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KIEP는 “한·러 교역·투자 측면의 단기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대러 무역 적자 확대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우리 경제 전체의 단기적 영향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서방의 대러 제재(시장 교란)로 인한 가격 변동과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 등 수익성 악화요인을 상쇄하는 기업 차원의 선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화석연료 및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수급 차질 장기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과 대러 수출 통제로 인한 국가별·지역별 교역 구조 변동, 세계무역 위축 가능성 등 구조적 차원의 변화에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정부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7개 러시아 주요 은행 및 자회사들과의 금융거래를 정지하고 국고채 투자도 중단키로 했다.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통신망) 배제에도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