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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억원 잭팟’ 타자 맷 올슨을 탈바꿈시킨 첨단 ‘VR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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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2. 03. 16. 11:57

AFP 연합
맷 올슨. /AFP 연합
‘천재 단장’ 빌리 빈이 이끄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지난 2021년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상대 투수들을 대비하기 위한 타격 도구로 가상현실(VR)을 채택한 가장 최근의 팀 중 하나였다.

돌아보면 이 도구의 최대 수혜자는 맷 올슨(28)이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마음껏 누려 성공의 지름길로 직진한 케이스다.

VR 쓰고 무엇이 달라졌나

올슨은 종전 한 번도 상대해보지 않았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선발투수 호세 우레나(31)를 맞아 경기 시작 몇 시간 전 클럽하우스에서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실제 우레나를 상대하는 것과 같은 가상현실로 구위를 직접 느꼈다.

이런 식의 추가 공부가 올슨에게 확실히 보답을 안겨준다. 그는 그날 우레냐와의 첫 2차례 대결에서 2타수 2안타를 때려냈다. 두 안타 모두 밑으로 가라앉는 우레나의 주무기 싱커를 받아쳤다.

올슨은 VR 효과에 대해 MLB.com과 인터뷰에서 “공의 움직임이 어떤지 투구 폼은 어떻게 되지는 등을 잘 알 수 있다”며 “나는 그들의 손에서 공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 내가 이제껏 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것들을 미리 지켜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윈 리얼리티’ VR에 의해 제조된 프로그래밍은 타자들이 투수들을 상대로 타석 시뮬레이션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특정 투수의 속도, 피치 움직임 및 릴리스 포인트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 덕에 올슨은 다음 날 상대한 케이시 마이즈를 상대로도 첫 타석 대형 솔로 홈런을 터뜨릴 수 있었다.

만년 유망주 꼬리표 떼기까지

빌리 빈이 점찍은 유망주였지만 올슨은 기대만큼 빠르게 적응하지는 못했다. 2016시즌 만 22세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인상적인 활약이 없었다. 피지컬(196cm)과 선구안이 좋아 잠재력은 있지만 뭔가 아쉬운 젊은 1루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작년 156경기 타율 0.271 39홈런 11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11 등으로 갑자기 부쩍 좋아졌다. 마침내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자리매김을 했다. 2020시즌 타율이 불과 0.195였던 그가 1년 만에 확 달라진 데는 그해 스프링캠프에서 접한 첨단기술(VR)이 제공해준 선행학습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올슨은 재차 유스무브먼트(젊은선수로의 이동)에 들어간 오클랜드에서 지난 15일(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됐고 하루 만에 8년 1억6800만달러(약 2088억원)짜리 대형 장기계약을 체결해 인생역전을 이뤘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누가 문명의 이기를 누릴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올슨은 “몇몇 선수들이 VR을 가지고 혼자 집에서 연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타자들이 사용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하는 사람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인 취향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꾸준히 이 기술을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밥 멜빈 당시 오클랜드 감독은 “투수를 본 적이 없을 때는 VR을 통해 가능한 한 투수가 가지고 있는 것, 투구 메카닉의 모습,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며 “다른 팀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고 모든 선수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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