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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학화 전투훈련에 ‘워리어 통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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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2. 03. 20. 18:00

엄효식 ‘같.다.’ 대표·전 한화디펜스 상무
엄효식 대표1
엄효식 ‘같.다.’ 대표·전 한화디펜스 상무
국방과 방위산업분야에서도 이제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같은 첨단기술이 대세다. 자주포가 자동장전과 자동사격을 하고, 로봇이나 유무인 복합체계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자율주행 장갑차와 무인헬기도 등장했다.

이런 변화는 군의 교육훈련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육군의 과학화전투훈련이 대표적이다. 강원도 인제·홍천지역에 있는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은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실전적 훈련으로 전투력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대급 부대를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여단급 쌍방훈련 시스템으로 발전했고, 올해는 15개 여단이 훈련에 참가할 예정이다. 과학화전투훈련 시스템은 미군들에게도 뒤지지않는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이처럼 과학화전투훈련은 발전해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소부대 전투원들간 통신수단이다.

필자는 2009년 대대급 과학화전투훈련에 참가했었다. 산악지형으로 주간 공격을 하는데, 눈으로 대략 방향파악은 할 수 있었지만 적군이 어느 방향에 나타났고, 몇 명인지 등에 대한 정보는 받을 수 없었다. 기도비닉을 지키지 못하는 우리들끼리의 시끌벅적한 목소리는 적군의 표적이 됐다. 어디에선가 적들이 우리를 조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적이 사격을 해도 어느 방향에서 총탄이 날아왔는지를 알 수 없었다.

야간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초저녁까지는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막상 어둠이 내려오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참호를 파고 2~3명씩 대비를 하고 있는데, 인접 참호 또는 소대장이나 중대장이 있는 곳과는 소통이 어려웠다. 어느 누구도 지금의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고, 알려줄 수도 없었다. 적들이 예측했던 앞 방향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계획을 바꿔서 아군 뒤편으로 오는 것인지 대비할 수 없었다. 대대의 병력이 능선에 배치됐지만, 실상은 분리된 개인들만 있을 뿐이었다. 방치된 느낌이었다.

개인통신이 보장되지 않는 부대가 전투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과 같다. 피아구분 방법도 없다보니 멀리서 다가오는 병력들이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구분하기 어렵다. 전투원들간 통신은 너무도 중요하다. 헐리우드 영화에 보면 특수부대원들이 헬맷속 이어폰으로 팀원간 실시간 상황과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한 장면이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계획으로만 존재한다.

육군은 워리어플랫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인통신 장비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계획만 있고 실제 추진은 지연되고 있다. 예산편성 우선순위에서 밀려 착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나 언론인들이 과학화전투훈련장을 방문할 경우, 평지에서 사격을 하거나 연출된 쌍방 사격훈련만을 경험해보고 소감을 이야기한다. 야간에 실제 전투하는 병력들과 함께 기동을 해야한다. 옆에 있는 전우와 상황을 공유하지도 못하고 소대장이나 분대장으로부터 육성이 아니면 실시간 지시를 받을 수도 없는 불편한 상황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체험해야 한다.

이번 동해안 산불진화 작전도 유사하다. 불은 투입된 장병들에게 적이다.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어느 규모로 오는지, 지금 병력들은 어느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통제해야한다. 그러나 화재현장에 투입된 장병들에게 그런 것은 없었다. 육성으로 소리높여 외치는 것과 함께 간부들의 휴대폰 통화 그것이 전부이다. 장병들의 개인통신은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매우 필요하다.

5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 IT분야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군대현실과는 맞지 않다. 개인통신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국내기업들은 충분히 준비하고 있으며, 국방부의 사업착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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