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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큰 그림을 밝히자 자동차업계에선 공통된 의견을 보였습니다. 현대차가 다소 정석적인 방향으로, 진출을 공식 선언하는 의미가 컸다면 한달여 지난 기아의 18일 발표는 그룹의 큰 구상과 속마음을 어느정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입니다. 한달 새 대내외 반응을 살피고 소통해 입장과 계획을 결정했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현대차 발표와 달리 기아는 더 구체적인 얘기들을 했습니다. 먼저 중고 ‘전기차’ 판매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배터리 잔여수명과 안정성 등을 정밀진단 하고, 이를 인증하는 체계를 개발하겠다고 한 건데요. 누구도 나설 수 없는 중고 전기차에 대한 객관적 가치 산정 기준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향후 현대차 신차 개발과 가격 정책 등 판매에 활용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배터리 없이 차를 사고 팔아 전기차 자체의 가격경쟁력을 끌어 올린다는 정부의 큰 구상과도 연결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이를 먼저 고민 할 수 있다면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볼 수도 있습니다.
획기적인 ‘중고차 구독서비스’도 디지털 플랫폼 구축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기아는 물론이고 현대차, 제네시스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일종의 렌탈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산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인데요. 이를 저렴한 중고차로, 그것도 구매 전 손해 없이 즐길 수 있는 ‘한달 무료’라니 현대차·기아 중고차를 사는 소비자라면 무조건 구독서비스 회원 가입으로 연결되겠죠.
비대면 디지털 플랫폼으로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완전 투명하게 제공해 고객이 차를 보지도 않고 살 수 있게 한 서비스는 현대차그룹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신차 온라인 판매의 발판이 될 거 같습니다. 테슬라는 별도 대리점 없이 글로벌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해 대성공을 거뒀고 영업비를 크게 아낄 수 있었습니다. 현대차가 추진하지 못한 건 직원 감소를 우려한 노조의 반대 때문이었지만 이제 중고차 온라인 판매로 노하우를 쌓고, 자연스럽게 시장에 특유의 편의성이 어필 된다면 노조의 반대 명분도,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의미도 설 자리를 잃게 되겠죠.
또 이번 발표로 애매했던 시장점유율 논란도 일축했습니다. 그동안 중고차 소상공인들과 현대차는 취급 차량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어왔는데요. 시장 점유율은 2024년 현대차 5.1%, 기아 3.7% 등으로 자체 제한을 뒀지만 시장 크기에 대해 기존업체들은 사업자 거래대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고, 현대차측은 개인 거래까지 다 포함하는 걸로 주장해왔습니다. 기아는 그 중간지점인 사업자거래대수와 개인거래의 산술 평균점을 기준으로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단순계산으로 현대차·기아는 185만4312대의 8.8%인 16만3179대를 취급하겠다는 얘깁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현대차그룹이 또다른 생태계인 중고차 시장을 베이스로, 미래차 시행착오를 시뮬레이션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선택은 혁신적일 뿐 아니라 누군가 이끌지 않으면 시장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동차인들이 환영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이끄는 한국의 중고차 시장이 수년 후 전세계가 모니터링하고 벤치마킹하는 선진 모델로 소개 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