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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에세이] 가장 화창한 계절

[이효성의 자연에세이] 가장 화창한 계절

기사승인 2022. 05. 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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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최종 컷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양력인 그레고리력에서 봄은 3, 4, 5월의 3개월이지만 그중에서도 5월은 기후적으로 가장 봄을 대표하는 시기다. 3월은 아직 쌀쌀하고, 4월은 어지러운 바람이 많이 불어 어수선한 데 반하여, 5월이 되면 날씨가 안정되어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매우 온화하고 화창한 날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5월은 춥지도, 싸늘하지도, 덮지도, 선선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따뜻하기만 한 날들이 이어지는 가장 좋은 호시절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5월을 뜻하는 영어의 May는 로마 신화에서 봄의 여신인 Maia에서 유래했다.

5월은 따뜻한 대기와 함께 푸른 하늘에 푸른 풀밭에 푸른 나무들로 세상은 온통 생명력이 넘치는 싱그러운 푸른색의 계절이다. 그래서 우리의 한 시인은 자신도 그런 푸름이 되고자 한다. “초록의 나무처럼 나의 가슴도 싱싱한 / 푸르름으로 물 올리게 하소서”[목정희, 5월의 기도 중에서]. 다른 한 시인은 5월의 눈부신 초록과 짙은 향기로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 / 진한 향기로 숨막히는데”[오세영, 〈5월〉 중에서]. 이런 자연을 가졌기에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따뜻하고 푸르고 화사한 자연으로 인해 5월에는 기념일이 많다. 예컨대 어린이날(5월 5일), 어버이날(5월 8일), 스승의 날 및 가정의 날(5월 15일)도 모두 5월에 있다. 그러나 5월의 가장 중요한 기념일은 역시 5월 1일이다. 우선 서양에서는 5월 1일을 중요한 축제일의 하나다. ‘메이 데이(May Day)’로 불리는 이날은 꽃과 잎으로 장식한 메이폴(maypole)이라는 기둥을 세우고 젊은 남녀가 그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전통적인 봄의 축제일이다. 영국에서는 메이 데이 축제로 메이 퀸을 뽑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꽃과 과자나 케이크가 든 바구니를 이웃집 문간에 놓기도 한다. 이 축제의 메이 데이는 녹색 기원의 날로 말해진다.

메이 데이는 동시에 노동과 노동자를 기리는 기념일이기도 하다. 1886년 5월 4일 미국 시카고에서 하루 8시간제를 쟁취하기 위한 헤이마켓 시위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시위는 피로 물들고 말았다. 이를 기념하여 1889년부터 제2 인터내셔널에 의해 메이 데이는 ‘노동자의 날’로 지정되어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동과 노동자를 기리는 노동절이 되었다. 노동절의 메이 데이는 적색 기원의 날로 말해진다. 우리도 우여곡절 끝에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한다. 우리에게도 5월에는 적색 기원의 기념일이 있다. 바로 피로 얼룩진 5·18 광주민주화항쟁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민주화 투쟁과 노동자 투쟁이 봄에 특히 5월에 있었다.

이 적색 기원의 날을 가진 5월로 인하여 우리는 녹색 기원의 5월만을 노래할 수 없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저 광주의 희생과 이를 이은 계속된 투쟁으로 우리는 민주화를 달성했다. 그래서 적색 기원의 기념일을 가진 5월에도 이렇게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른 평화 / 바다는 여전히 자유의 파도 / 보라 여기 피로 물들어 / 아름답게 빛나는 나라 / 보라 여기에 붉은 피로 물들어 / 한 떨기 꽃으로 빛나는 사람들 있다 / 보라, 남도에 찬란한 나라 있다”[김정환 시·이현민 곡, 〈5월의 노래〉 중에서]. 우리는 적색 기원의 5월 기념일을 잊지 않는 한, 이제 녹색 기원의 5월 기념일들을 마음껏 노래할 수도 있게 되었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반갑게 맞이하고 마음껏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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