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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경제’ 스리랑카서 유혈충돌까지…버티던 총리 사퇴

‘최악 경제’ 스리랑카서 유혈충돌까지…버티던 총리 사퇴

기사승인 2022. 05.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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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 LANKA-POLITICS-UNREST-ECONOMY <YONHAP NO-8370> (AFP)
9일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실 근처 무력 충돌이 발생한 현장의 모습./제공=AFP·연합
최악의 경제난으로 시민과 정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정부 지지자와 반정부 시위대 간에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퇴진을 요구하는 거센 여론에도 자리를 지키던 라자팍사 형제도 유혈사태 이후 마힌다 총리가 물러났다.

9일(현지시간) 뉴스와이어 등 현지언론과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이날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리가 사임하며 내각도 자동으로 해산될 예정이다.

마힌다 총리의 사임은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정부 지지자들이 대부분 비무장 상태였던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한 이후 나왔다.

이날 벌어진 유혈 충돌은 농촌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온 수천 명의 총리 지지자들이 관저 인근에서 쏟아져 나온 후 시작됐다. 마힌다 총리는 관저 근처에서 약 3000명의 지지자들에게 “국가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 약속하는 연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지자들은 총리 관저 근처의 시위대 천막을 무력으로 철거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현수막과 플랜카드 등에 불을 붙였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 있는 천막도 철거하고 쇠막대·곤봉 등으로 대부분이 비무장 상태였던 반정부 시위대를 급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충돌 이후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고 콜롬보 일부 지역에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AP통신은 군인 수백명도 콜롬보로 투입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충돌과 관련해 발생한 부상자만 150명이 넘는다. 여당 의원 아마라키르티 아투코랄라는 차를 가로막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 2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대피하려 했지만 인근 건물에서 숨친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수천명이 건물을 에워쌌고 아투코랄라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친 시위대 1명도 사망했고 의원의 경호원도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반정부 시위대의 반격이 이어지며 현직 의원과 전 장관의 자택들도 불에 타는 등 유혈 사태가 벌어진 후 몇시간 내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리는 “현재 경제 위기에서 나라를 이끌어 갈 초당적 정부를 임명할 수 있도록 즉각 사퇴한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의 최대 야당은 유혈 충돌 전 라자팍사 가문이 이끄는 어떤 정부에도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최근 경제난을 유발한 장본인으로 꼽히는 라자팍사 형제 중 형인 마힌다 총리가 사퇴했지만 고타바야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현 정치 체제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2019년 부활절 테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데다 대외부채 급증과 재정정책 실패가 겹치며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외화 부족으로 생필품난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외채 상환을 중단하는 일시적 디폴트까지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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