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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친환경 vs 비용, RE100 가입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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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지 기자

승인 : 2022. 05. 10. 18:00

삼성전자, 11일부터 부분적 일상 회복<YONHAP NO-4017>
삼성전자는 RE100 가입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제공=연합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가입에 소극적 행보를 보였던 삼성전자에 최근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회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RE100 가입을 결정했다고 전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죠. 재계에선 10일 신정부 출범과 함께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시기도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회사는 아직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애플, TSMC, 인텔 등 삼성의 경쟁사를 포함한 350여 개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동참했지만, 삼성전자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에 있는 삼성전자 생산시설은 소비전력의 80% 이상을 석탄, 가스 등 화력발전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중국사업장에서는 이미 지난해 RE100 목표를 달성했지만 삼성전자의 전체 전력 구성 중 재생에너지 비중(2020년 기준)은 17.6%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해외 거래기업들로부터 투자 철회 압박을 받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2년째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한 외신은 “삼성전자가 탈(脫) 탄소화 노력에서 경쟁자인 애플이나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에 뒤처졌다”고 꼬집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왜 이토록 RE100 가입에 신중한 걸까요. 가장 큰 걸림돌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입니다. 한국 대부분의 기업은 중간 거래상인 한전을 통해 발전소로부터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전력을 공급받는데, 유럽 기업은 ‘제 3자 PPA’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전기를 구매합니다. 국내에도 제3자 PPA 제도가 도입됐으나 전력 요금이 기존 대비 10~15% 비싸 진입장벽이 높은 실정입니다. 이 탓인지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에너지원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6.7%로 유럽연합의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미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큰 재무 부담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개 제조 기업이 탄소배출권 구매를 위해 쌓아둔 충당금은 2941억원인데 이 중 삼성전자는 450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어쩌면 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하겠다는 목표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유럽 등 서방 국가의 방식을 맹목적으로 쫓을 게 아니라 국내 상황에 맞게 한국형 CF100(탄소배출 제로) 같은 대안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죠. 분명한 것은 RE100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입니다. 새 정부가 탈원전 기조와 탄소중립 강화라는 국제 기준의 균형을 맞출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손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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