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보기
  • 아시아투데이 로고
[CEO 인물탐구] ‘40대 총수’ 구광모, 고객현장에서 답 찾는 실용주의자

[CEO 인물탐구] ‘40대 총수’ 구광모, 고객현장에서 답 찾는 실용주의자

기사승인 2022. 05. 12. 11: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가전매장·서비스센터 고객 접점 찾아
고객가치 실천 힘 싣고 직원들 격려
실용주의 기반 회의·모임 등 간소화
예의바른 성격, 경영행보는 '공격적'
5년간 비주력·논란사업 단칼에 정리
basic_2021
2022041401001420700082912
# 구광모 LG 회장은 종종 LG전자의 가전전문매장 ‘베스트샵’을 찾아 고객 반응을 살핀다. 구 회장의 방문사실을 눈치 챈 고객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다녀오는 것이 포인트다. 취임 후 다녀온 LG 계열사의 주요 사업장과 고객 접점 현장만 수십 곳에 이른다. 구 회장이 2018년 취임 후 한결같이 강조해온 ‘고객가치 실천’과 ‘LG팬 만들기’도 현장경영의 결과다.

# 구 회장은 LG 구성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그룹 회장이라는 직위보다 지주사 대표이사라는 직책이 지니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만 40세에 LG를 이끌게 된 젊은 총수가 50대 전문경영인들과 겸손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LG 임직원들은 구 회장을 자연스럽게 ‘대표님’이라고 부른다.

구광모 LG 회장이 ‘40대 총수’의 젊은 리더십으로 LG를 이끌고 있다. 현장에서는 고객과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아버지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LG맨’이었던 전문경영인들로부터는 경험을 구하는 것이다. 구 회장이 2018년 취임 후 한결같이 강조해온 ‘고객가치 실천’과 실용주의도 현장 경영의 결과다. 이 외에 SK와 배터리 특허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사실상 승리를 거둔 점, LG화학 배터리 화재 인명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장면에서도 젊은 리더의 배포를 엿볼 수 있다.

◇이달말 구광모 주재 상반기 전략회의
11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말 LG 주력 계열사와 사업본부의 중장기 고객가치 전략을 점검하는 ‘상반기 전략 보고회’를 연다.

최근 LG 주요 계열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전략보고회가 지난 2020~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열리지 않다가 3년만에 열리는 이유다.

다만 점검 대상 계열사와 사업본부는 5~7개로 추렸다. 가장 시급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고객과 시장 변화에 대한 분석,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등 중장기 전략방향과 실행력 제고 방안을 보고받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2018.09_구광모_(주)LG_대표_마곡 LG사이언스파크 방문(2)
구광모 LG 회장이(오른쪽)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LG
◇겸손하고 예의바른 성격…경영스타일은 ‘공격형’
재계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에서는 구 회장이 ‘형님’ 경영인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구 회장은 1978년생으로 주요 그룹 중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1976년생)정도가 또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968년생), 최태원 SK 회장(1960년생)과는 나이 차가 적지 않은 편이다. 범 LG가의 장례식장에서는 3일장 혹은 5일장 내내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는 등 예를 다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LG 일가의 보수적인 가풍 영향으로 보인다.

소탈하고 예의바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지만, 취임 후 5년 간 보여준 경영스타일은 ‘공격형’에 가깝다. LG는 구 회장이 이끄는 5년간 비주력·논란 사업을 단칼에 정리하고 미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경영진이 수년간 결정내리지 못했던 스마트폰, 태양광 사업철수가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도 구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대표적 예가 LG전자의 스마트폰, 태양광 사업 종료다. LG전자 외에도 LG그룹이 주도하는 주요 계열사의 사업구조조정은 숨가쁠 정도로 이어져왔다. 연료전지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고, 환경시설 설계 및 시공회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했다. LG이노텍은 고밀도다층기판(HDI) 사업과 조명용 LED 사업 등에서 손을 뗐다. LG화학은 LCD 소재 사업을 정리하고 올레드 소재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중심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엔 적극적이다. LG는 글로벌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부품 시장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그룹으로 꼽힌다.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각 계열사의 기술력을 합하면 사실상 ‘LG카(Car)’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연구도 구 회장이 각별히 챙기는 분야다.

◇현장에서 찾은 정답=고객가치 제고
고객가치에 대한 관심은 취임 후 수십 번 이상 찾았던 현장에서 시작됐다. LG유플러스의 ‘일상비일상의틈’과 고객센터도 구 회장이 다녀갔다. LG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수십 차례에 걸쳐 매장·고객센터 등 고객접점 현장과 미래준비 현장을 찾아왔다”고 전했다.

현장을 찾을 때면 LG 구성원들을 격려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구 회장은 “여러분들이 행복해야 여러분들과 만나는 고객도 행복할 수 있다”며 직원들을 살뜰히 챙긴다.

고객가치 실천 방안도 매년 구체적으로 진화했다. 구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후 2019년 첫 번째 신년사에서 ‘고객가치 실천’을 제시했다. 그는 “최신 기술을 과시하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 하면 한 순간에 사라진다”며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다”고 말했다. 2020년 신년사에서는 고객이 불편한 점(페인 포인트)에서 출발하는 고객가치 실천을, 지난해에는 고객을 ‘LG의 팬’으로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올해 역시 “고객이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가치있는 고객경험’을 집중하자”고 했다.

ㅇㅇ
구광모 LG 대표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제공=LG
◇LG의 문화를 바꿔라
LG의 보고체계, 회의 문화도 달라졌다. 구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을 간소화, 온라인화하도록 했다.

매 분기마다 400여 명이 참석해 진행했던 임원세미나는 100명 미만으로 참석자를 줄이고 매월 진행하는 ‘LG포럼’으로 바꿨다. 임원들이 모여 일방적인 경영 메시지를 전달 받는 과거 방식에서 변화를 꾀했다. LG포럼은 매달 상황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전문가를 초청해 해당 분야의 임원들만 심층토론을 진행한다. 해당 분야의 임원끼리 필요한 정보를 얻도록 한 것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맞은 첫 시무식을, 기존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옮겨 진행했다.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임원만이 아닌 모든 직원들과 함께 새해를 열었다. 2020년부터는 시무식을 디지털로 전환해, 전세계 25만명의 LG 임직원에게 디지털 영상으로 신년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난해에는 LG 직원들의 출근 복장으로 반바지를 허용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하며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5년차 회장’ 구광모
구 회장은 다음달 회장 취임 5년차를 맞는다. 2018년 취임 당시만해도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 경영 경험이 부족한 만 40세 총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최근엔 이 같은 우려를 찾아보기 어렵다.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이노텍 등 주요 상장사들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연달아 올린 덕분이다. LG그룹의 지난해 연간 매출도 170조원대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구 회장은 국제연합(UN) 경제사회이사회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지속가능개발목표 협회’가 선정하는 ‘글로벌 지속가능리더 100’에 국내 5대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 선정됐다.

지난 5년간 인내심을 갖고 진행한 인적구성 변화도 ‘구광모 체제’ 안착을 도왔다. 구 회장은 2019~2021년까지 세 번의 연말 인사에서 선대 회장 시절 최고위 경영진을 중용했다. 2018~2021년까지 약 4년 간 지주사 LG 살림을 맡았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백전노장’의 노련한 경영진 중용과 더불어 외부 인재 영입도 활발해졌다. 2015년 6명이었던 외부 출신 임원은 2020년 23명까지 4배가까이 늘었다. LG가 주로 영입하는 분야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글로벌 영업망 구축이다. 인공지능의 경우 2020년 12월 ‘LG AI 연구원’을 출범하고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 이문태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서정연 서강대 교수 등을 영입했다. LG AI연구원은 출범 당시 70여명이던 직원 수를 1년 만에 190여명으로 늘렸다.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