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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공헌 선진국 수준…트렌드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국 사회공헌 선진국 수준…트렌드에 휩쓸리지 말아야”

기사승인 2022. 05.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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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회, 존재이유 재고하고 순수 모금에 나서고 기업 기부금 받지 말아야
본지는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 활성화와 후원이 필요한 비영리단체 등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을 목적으로 2022년 신년 특집 기획 ‘착한 기업이 강하다’는 주제의 연중 시리즈를 지난 1월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17개 기업이 시리즈에 참여해 각 사가 추진 중인 사회공헌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독자와 기업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리즈는 앞으로도 이어집니다. 올해가 중반을 넘기는 시점에서 1세대 사회공헌 전문가 및 이론가로서, 사회공헌에 매진하고 있는 아이들과미래재단 박두준 상임이사로부터 사회공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들어봅니다.

“우리나라의 사회공헌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낮지는 않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면밀한 철학적 고찰이나 논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트렌드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
박두준 아이들과미래재단 상임이사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이사장 이훈규) 박두준 상임이사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박 이사는 “서구 선진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CSR 활동이 활발했지만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그쪽 경영모델이 도입되며 서서히 시작됐기 때문에 그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CSR이든 환경·사회·지배구조(ESG)든 특정 경영 개념에 휘둘리기보다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스스로 정의하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는 “국내 기업들도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전략적 사회공헌을 진행하면서 자신만의 사회공헌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 사회공헌이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형성됐고 선진국에서는 언제부터 화두가 됐나. 국내는 언제부터 본격화했나.
△ 사회공헌을 ‘자선’으로 볼 것인가, ‘책임’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다르다. 자선의 의미로 보자면 우리나라의 경주 최부자의 구휼 활동도 사회공헌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 이익을 사회를 위해 환원해야 한다는 책임의 측면에서 보면 그 기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48년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열린 ‘기업경영자의 책임’ 주제 학술대에서 기업 사회공헌이라는 화두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후 CSR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개념이 발전돼 왔다.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은 경영 선진화의 계기가 된 IMF 이후에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IMF 이전까지는 사회공헌이 경영이익을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기부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CSR 활동이 도입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사회공헌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다. 이제는 선진국들이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장했다.

- 국내 사회공헌에 걸림돌이 있다면 뭐가 있겠는가.
△ 사회공헌은 표면적으로 기업의 명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이때 우리는 기업과 소유주(회장이든 총수든)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서구에서는 회사 오너가 불륜을 저질렀더라도 불매운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과 오너를 동일시해 오너 개인적 일탈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로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이나 오너의 비리를 덮으려는 쇼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회공헌의 정당성 뿐 아니라 진정성까지 대중을 대상으로 설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 대중들은 기업이 아픈 사람, 집 없는 사람, 배고픈 사람들을 도와주기 바란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기업은 우리 사회가 더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고 국가가 모두 책임질 수 없는 영역에 많은 투자로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 이전에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많았으나 지금은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현재는 정부보다는 대중과의 눈 맞춤이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이 되고 있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를 통한 이른바 ‘준조세’ 성격의 모금은 사회공헌의 본질적 측면에서 볼 때 올바른 것인가.
△ 모금회 모델은 미국의 대표적 모금 창구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이다. 미국인들은 여러 단체에 매년 기부금을 내는 것을 불편해했고 특히 수많은 모금 단체가 사용하는 경비를 생각할 때마다 실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얼마가 쓰여질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이렇게 해서 모금 창구를 유나이티드웨이로 통일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많은 개인과 직장인들이 이곳에 기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모금회가 있음에도 대부분의 모금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모금을 하고 있다. 각 단체들의 모금 비용을 생각하면 모금회를 도입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금 단체들을 대신해 공동으로 모금하기 위해 만든 모금회가 다른 모금 단체들과 경쟁자가 되고 말았다. 주목할 것은 모금 실적과 용이성을 빌미로 모금회가 대기업들의 기부금 모금에 더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모금회 기부금 8461억원 가운데 4905억원이 기업으로부터 조성됐을 정도다. 모금회 기탁 기부금은 ‘사회복지’ 분야라는 용도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복지 모금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대중들로부터 하는 것이 적절하다.

- 본지의 사회공헌 시리즈를 평가한다면.
△ 사회공헌을 기업별로 분석해 알려주는 이번 시리즈는 매우 의미가 있다. 좋은 일은 조용히 하는 게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갖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명제가 됐다. 사회공헌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면서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돼야 더 많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사회공헌을 시작하는 다른 기업에도 좋은 사례가 돼 자신들의 사회공헌을 더 전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번 시리즈가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 앞으로는 중견·중소기업의 사례도 많이 다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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