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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득보다 실’ 고밀도 개발

[장용동 칼럼] ‘득보다 실’ 고밀도 개발

기사승인 2022. 06.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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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새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도심권 지역의 고밀 개발 대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서울 4대 문안을 비롯해 역세권, 강북 재개발, 강남 재건축,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등의 개발 밀도를 적극적으로 올려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대안이 검토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의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으며 주택 가격도 초강세를 보이면서 강보합권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 도심권의 주택 수요는 지속해서 발생하는 반면 이에 대응한 신규 택지 확보와 주택 추가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기존 도시보다 비교적 개발이 손쉬운 외곽의 신규 택지를 계속해서 과(過)개발하는 것보다 기존의 낡은 도시를 스마트화 내지는 디지털화하고 소득과 생활 수준에 걸맞은 고품질 주택을 공급한다는 차원에서도 기존 도심권의 고밀도화는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를 거치면서 소셜모빌리티가 정체되기 시작한 것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임대주택의 도심 확대 공급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를 고려하면 재개발과 재건축은 물론 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 등이 밀집한 주거지역은 물론 역세권 상업지역까지 용적률을 상향 조정,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처지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를 좀 더 거시적 안목에서 본다면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기 위한 무리한 고밀도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할 사안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강북 500% 용적률’ 공약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과연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게 뻔한데도, 이를 내거는 정치 풍토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눈 앞의 목적만 달성하면 닭장 같은 주거나 도시 전체를 슬럼화시키는 것도 괜찮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치와 선거가 국가와 도시를 살리는 게 아니라 망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주택 확대 공급을 이유로 500%가 최고치였던 역세권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끌어올리고 건물 높이도 현재보다 2배 정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확정한 바 있다.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최대 400~500%까지만 가능해 고밀도 개발에 한계가 있었으나 이를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좁은 땅에서의 고층화는 불가피하지만 700% 정도만으로도 주거 환경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도시의 용적률 규제는 교통 문제를 비롯해 안전·환경 등의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 적절한 밀도를 유지, 쾌적성은 물론 순환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도 심각한 주차 등 교통 문제를 겪고 있는 최악의 강북지역에 상하수도·도로 등의 인프라를 고려치 않고 용적률만 높여 재정비를 추진하면 개악의 강북이 될 게 뻔하다. 또 역세권 고밀 개발이 가져올 주거 환경 악화 역시 미래 도시를 생각하면 참담할 뿐이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바로 도시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영국 런던의 부침이 대영제국의 패망과 연결되어 있고, 미국의 경쟁력이 뉴욕의 월가에서 나오는 게 대표적 사례다. 근래 들어 프랑스·파리 등 각국이 기존 도심의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권역별 특화는 물론 정보기술(IT) 등 융복합 개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택 문제가 글로벌 이슈지만 우리처럼 주택만 보고 도시 재생에 나선 경우는 없다.

아무리 청년 주택 공급 확대가 급하다 하더라도 더 넓은 시각에서 서울의 미래를 충분히 고려해 고밀도 개발 정책을 수립하는 게 옳다. 도심권 유효 주택 수요가 많다고 도시를 망쳐가면서 주택을 확대 공급할 일은 아니다. 도시 총량을 다시 한번 철저히 점검하고 적정 용적률 기준점을 잡아 도시 리스트럭쳐링을 구상하는 게 정답이다. 불과 몇 년 뒤 닥쳐올 인구 및 가구 감소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서울 등 대도시권은 글로벌 국가 경쟁력의 주역이어야 하고 후대들이 그 안에서 생명력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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