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정책이 실종됐다"며 대(對)정부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9월부터 매달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올 하반기 노.정 갈등이 최악의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일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하반기 투쟁계획 등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9월 24일을 전국동시다발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매달 시위가 계획돼 있다. 이어 11월 12일에는 10만 조합원이 집결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총궐기를 개최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이달 20일에는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총파업이 있을 예정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노동정책은 실종됐다”며 “무거운 책임을 안고 하반기 사업과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를 ‘나침반 없는 정부’로 규정하며 "오로지 재벌과 기득권 이익만 골몰해 이는 노동자와 서민 고통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정 간 대화 창구가 줄어들고 정부가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비정규직 관련 발전협의회, 건강보험 정책심의회, 연금위원회 등만 남아있고 노동 현안에 대한 논의 통로는 거의 없다”며 “(정부에) 논의 테이블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통령실과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하반기 투쟁 의제'로 △기름값 인하와 전기·가스 무상화 등 물가폭등 대책 △재벌·부자증세 △철도 등 필수공공서비스 민영화 금지 등 사회 공공성 강화 등 민생 현안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시간 측면에서 시급성'을 따졌을 때 '민생문제' 해결과 '노.정교섭의 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봤다. 양 위원장은 “물가 인상, 기름값 인상에 대한 대책이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며 “노.정교섭 자리를 학자들로 구성한다고 하는데,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기름값 인하 방안에 대해 "정유사들이 1년 전 비교적 낮은 값에 구매한 기름을 현재 시장가로 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정유사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 기름값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하는 등 고통이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에 대해서는 "물가 인상 폭보다 낮은 인상률의 결정 과정 오류를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며 “공익위원 권고를 받아들여 최저임금 차등적용 연구를 진행하려는 것은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차등적용이) 원천 차단되도록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노총 소속 최임위 근로자위원 4명은 최저임금 표결 상황에서 회의장을 퇴장해 투표에 불참했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5%)이 졸속심의로 낮게 정해졌다며 고용노동부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초래한다'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간 오른 물가는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의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 요청에 대해서는 "경영계에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굉장히 권위적인 발상"이라며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