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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유통피아]창조와 미투상품 사이의 묘한 줄타기

[최성록의 유통피아]창조와 미투상품 사이의 묘한 줄타기

기사승인 2022. 08.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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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보다 성공한 남의 것 베끼는 관행 만연
미투상품 업계 전체 경쟁력 갉아먹을 수 있어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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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논란이 가요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작은 유명 싱어송라이터의 연주곡에서부터였다. 발표한 곡이 평소 그가 존경해왔다던 일본 뮤지션의 곡과 너무나 유사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그 싱어송라이터는 바로 사과를 하고 '무의식적으로 기억에 남은 진행방식으로 곡을 썼다'고 해명했다. 빠른 진화에 표절 의혹도 사그라 들었다.

하지만 그가 과거 작곡한 몇몇 곡들이 존경했던 일본 작곡가의 곡들과 비슷하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작곡한 상당수의 곡들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발표된 기존 음악들의 도입부, 코드 진행, 가사 등 유사한 부분이 드러났다.

"하나는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반복 된다면 불순한 의도다" 이렇게 시작된 가요계의 표절 논란은 다른 가수에 대한 표절 논란으로 번졌다. 이제는 90년대 히트한 가요들에 대한 표절 해명까지 요구할 정도다.

과연 표절 논란은 가요계 뿐일까? 소설, 광고, 건축, 만화, 영화, 드라마, 논문 등과 같이 창작이 필요한 분야는 어떻게 하든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국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인은 "진정한 창조는 신만이 할 수가 있다. 인간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의 계시에 의한 모방일 뿐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은 어렵고도 힘들다.

식음료업계는 표절 논란이 가장 많은 분야다. 어쩌면 앞으로도 논란이 있을 예정이지만 모두 묵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때 감자칩이 전국적으로 유행을 탄 적이 있었다. 한 회사에서 출시한 '꿀맛 감자칩'이 인기를 얻자 너도나도 출시하는 바람에 마트나 편의점 매대는 각 회사서 출시한 비슷한 이름의 온갖 감자칩만으로 구성됐을 정도였다.

음료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히트한 음료수를 이름을 살짝 바꿔 출시해 반응이 좋으면 너도나도 '미투 상품(유사하게 만들어 출시한 제품)'을 내놓는다.

이들 업계가 미투 상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위험성은 적은 대신, 성공 확률은 높기 때문이다.

입맛은 보수적이다. 수백억원을 들여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도 이 제품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성공한 제품을 따라하면 "욕을 먹을지언정 실패하지는 않는다"는 업체들의 판단·생각·전략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한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서로 따라한 상품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보니 제로섬이 돼 있더라"고 토로한 바 있다.

즉 A사의 과자를 B사가 베끼고, B사의 라면을 C사가 따라하고, C사의 음료를 A사가 모방하는 구조라 '서로에게 빚이 없다'는 웃기면서도 슬픈 얘기다.

미투 상품이 나쁘다는 주장이 아니다. 원조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더 좋은 제품으로 발전시키고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난립하는 미투상품은 특정 기업의 혁신과 노력을 무력화 시킨다.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의 경쟁력까지 무너트린다.

2022년 현재 식음료업계의 미투 전략은 장점이 더 많을까, 단점이 더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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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생활과학부장
어떤 결론이 나오든 언젠가는 끊어야 할 사슬이다.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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