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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SEOUL·U’ 유감

[칼럼] ‘I·SEOUL·U’ 유감

기사승인 2022. 08. 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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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사물의 이름은 그 사물을 규정하기 마련이다.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의 성격까지도 규정한다고 한다. 그만큼 네이밍(naming)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소비자 품목 생산업체들은 브랜드 이름을 정하는 데 생산비 못지않게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 기업은 새 상품 브랜드를 만들 때 상품의 성격과 기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함축적 의미를 담은 네이밍을 정하는 데 무진 애를 쓴다. 브랜드 이름 하나로 기업이 흥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박원순 시장 재임 때 서울 브랜드 공모가 있었다. '아이·서울·유(I·SEOUL·U)'가 스타일 브랜드로 결정됐다. 시는 당시 시민 1000명과 전문가가 최종 후보 3개를 놓고 투표한 결과 아이·서울·유가 58.21%를 차지해 서울의 새 브랜드가 됐다고 밝혔다.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너와 나의 서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시의 설명을 듣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부에서도 지적했듯이 '해괴망측한' 브랜드라는 생각에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이후 서울 곳곳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서는 조형물을 보면서 짜증이 났지만 애써 무관심하려고 노력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이달 중순 시는 새 브랜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서울 고유의 특성과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기로 하고 국내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꾸려 올해 안으로 새 브랜드를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아이·서울·유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다며 변경의 변을 내놓았다. 시가 시민 1000명과 서울방문 외국인 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자체 조사한 결과 현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국내에서는 70%에 못 미쳤고 외국인의 72%는 서울 브랜드를 알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7년 전 여론조사와 지금이 왜 이렇게 다른지,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서울을 잘 표현하는 합리적이고 간결하며 명료한 새 브랜드를 고대한다.

마음이 불편한 도시 브랜드는 또 있다. 서울 강남구의 'ME ME WE GANGNAM'이 그것이다. '미미위 강남'은 얼핏 들으면 '우리의 강남' 같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이것도 '아이·서울·유'와 다름없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구는 홈페이지에서 "개인의 재능만 중시되던 환경은 이제 한계점에 이르렀으며 이를 뛰어넘어 성장을 유인할 '덕성'에 기반한 공동의 가치가 미미위 강남에 함축돼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정순균 전 구청장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제1의 도시' 강남구가 제2의 도약을 앞두고 발전, 성장, 변화에 걸맞게 더불어 살며 나누고 베푸는 지역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때"라며 "이런 염원을 담아 '함께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품격 강남, ME ME WE GANGNAM'이라는 스타일 브랜드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때도 구는 2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구민 인지도가 40%에 가깝고 호감도가 65%를 넘어섰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과연 전적으로 맞는 얘기이기는 할까. 구 곳곳에 들어선 조형물에 불편함을 느끼는 구민은 얼마나 될까. 브랜드는 속성상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떠밀리기 마련이고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렀고 시대가 변했으니 그에 맞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강남구도 서울시처럼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면 좋겠다. 브랜드 교체에는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처 상식이 통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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